오프라인 매장 판매 시작
편의성, 합리적 가격 호응
제약업계 매출·오남용 우려
"의약품 안전망 구축 필요"

23일 제주시 연동의 한 다이소 매장에 건강기능식품 매대가 설치됐다.전예린 기자 
23일 제주시 연동의 한 다이소 매장에 건강기능식품 매대가 설치됐다.전예린 기자 

최근 다이소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저가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본격 판매되는 가운데 편의성과 전문성을 두고 업계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약국이나 약사 처방 없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 큰 호응을 얻는 반면 제약업계에서는 전문성 훼손 등 비판이 일고 있다.

23일 오후 찾은 제주시 연동의 한 다이소 매장에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건강기능식품 매대가 새롭게 설치돼 있었다.

매대 앞은 10대 청소년부터 60대 어르신까지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북적였다.

최근 다이소 건기식 출시 소식이 입소문을 탄 영향인지 매장 안에 들어선 1시간 만에 유명 제품은 물량이 모두 동나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매장에 들어선 50대 부부는 "최근에 딸이 다이소에서 영양제를 구입해 먹는 것을 보고 왔다"며 "시중에서 사려면 4배는 비싸게 주고 사 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다이소 매장 상황도 품절 대란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외국 손님은 번역 어플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 제품을 찾았지만 해당 직원은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매장 역시 중장년층을 비롯해 자녀와 함께 나온 30대 부부, 20대 대학생, 외국인 등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모두 건기식을 하나둘 장바구니에 담기 분주했다.

특히 성분이 우수해 SNS에서 화제가 된 일부 제품들은 들여놓기가 무섭게 완판됐다.

매장을 방문한 서모씨(37)는 "매달 월급의 일부를 비싼 영양제 구매하는 데 썼다"며 "고정 지출이 상당해 부담스러웠는데 이번 기회로 구매 문턱이 낮아져 좋다. 시험삼아 먹어보고 괜찮으면 제품을 모두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최근 대형 제약사와 협업해 건기식 30여종을 3000원과 5000원이라는 균일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은 비타민C, 비타민D, 루테인, 오메가3 등 건강 제품을 공급했다.

이같이 약국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손쉽게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가능해졌지만 일부 제약업계에서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 A씨는 "당장 매출에는 큰 영향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대다수 제품이 약국에서도 수요가 높은 제품일 뿐만 아니라 성분과 함량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마케팅만 앞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은 약국이나 약사, 의료기관 같은 전문기관에서 관리하는 게 맞다"며 "의약품 영역을 지키는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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