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열 제주재난안전연구센터장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에 들어선지 불과 7년 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돌봄 비용 급증,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는 이미 현실이 됐고, 저출산까지 겹치며 지역 소멸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긍정적 관점에서 평균수명 연장은 건강한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돌봄 인력 부족과 사회적 비용 폭증이란 위기를 드러낸다.
이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에이지테크(Age-Tech)다. 이는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첨단기술(AI, IoT, 로보틱스 등) 기반 솔루션이다. AI 돌봄 로봇은 일상과 건강을 모니터링해 맞춤 돌봄을 제공하고, 웨어러블 기기는 심박수 및 혈압을 추적해 질병을 조기 대응한다. 스마트홈 기술은 음성 명령과 센서로 안심 주거환경을 조성한다. 이런 기술은 비용 절감을 넘어, 노인의 존엄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반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AIREC 돌봄 로봇 등 첨단 로보틱스 기술을 간병 현장에서 검증했고, 북유럽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해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의 실버테크 스타트업은 노인 친화형 웨어러블과 원격의료를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에이지테크가 돌봄 보조수단이 아닌, 고령화 문제 해결의 핵심 전략임을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의료 행위 규제 등으로 기술 도입이 더디며 산업 생태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3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새로운 기술이 제도권 안에서 활용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기업, 연구기관, 행정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정부는 인프라와 재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셋째, 돌봄 서비스에 첨단기술을 융합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응 방식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에이지테크는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한 해법이며 실버경제를 선도할 성장동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맞은 우리나라가 규제 혁신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에이지테크 산업을 선도한다면 위기를 넘어 글로벌 모델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