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도민 숙의 거친 설치 계획 무력화
속도 조절 의견 과반...개편추진 동력 약화
제주특별자치도의가 실시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가 추진하던 기존 방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제주도의회가 공개한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제주를 ‘제주시·서귀포시’ 2개 행정구역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4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동·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행정시를 설치한다는 제주도 기존 추진안은 28.4%에 그쳤고,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도 20.1%나 나왔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동·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행정시를 설치하는 개편안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내용이다.
당시 이상봉 의장 역시 3개 기초시 설치안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고 지난해 7월 31일에는 오영훈 도지사와 함께 행정안전부를 방문, 주민투표를 건의하기도 했다.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3개 행정시 설치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문대림 의원(제주시갑)과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지난해 9월 ‘동제주시·서제주시 및 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이 지난해 11월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시를 설치하는 내용의 이른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했고, 이후 2가지 행정체제 개편안을 놓고 여론이 갈리면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과정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여기에 이번 여론조사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행정체제 개편안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모양새가 됐다.
또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시기에 대한 질문에서도 ‘내년 7월을 목표로 신속하게 추진하자’는 의견은 23%에 그친 반면 ‘상황 변화를 고려한 이후 진행하자’며 속도를 조절하자는 의견이 66.4%로 과반을 넘겼다.
이렇게 되면 내년 민선 9기에 맞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촉박한 기일을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주도의 추진 동력이 약해지게 된다.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제주도의 계획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제주도도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번 도의회 여론조사가 행정적 절차에 근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는데다 제주도 역시 앞서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행정기관 특성상 도민들의 의견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4일 예정된 언론 간담회에서 오영훈 도지사가 이번 도의회 여론조사 결과와 기초자치단체 설치 계획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두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