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촌 마을의 이장은 단순한 행정 협력자를 넘어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환경개선과 교통질서 확립, 지역개발사업 지원, 복지 사각지대 발굴 등 행정과 마을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주민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현장의 대표'다.
'제주특별자치도 리·통 및 반 설치 조례'에 따르면 이장·통장은 읍·면·동장이 공개모집이나 마을 운영규약, 직권 임명 등의 방법으로 위촉되며, 임기는 2년이다.
다만 마을 운영규약에 따라 임기를 달리 정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에는 43개 읍·면·동과 172개 리가 있으며, 이장 협의회를 통해 각종 행정업무와 지역 현안이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농촌은 청년층 감소와 고령화 심화로 공동체 활동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 제주연구원 인구분석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마을 활동 참여는 줄고 이장에 대한 의존도는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마을 이장은 "매월 행정과 지역 현안 회의에 참석하여 각종 행정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반대로 주민 의견이나 건의 사항을 행정기관에 전달하거나 현장 업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마을공동체 구성원은 자주 바꾸지 않지만, 내부 갈등도 이장의 역할을 무겁게 한다. 제주의 전통적인 마을 운영은 향약(마을 규약)을 바탕으로 선주민 중심의 마을회가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후 주민이 늘어나면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마을회 회원 자격, 임원 선출 시 피선거권 부여 여부 등이 갈등이 불씨가 되고, 마을 자산을 둘러싼 선·후 주민 간 불편한 갈등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장의 소통 자세는 더욱 중요해졌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주민들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내고, 새로 이주한 주민들의 요구를 조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농촌의 변화 속에서 이장은 단순한 행정 대행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지역발전의 가교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을공동체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구심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이장 역량 강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