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방파제 안전불감증 여전
낚시객 인명사고 매년 잇따라
유사시 탈출과 구조 등 어려워
"인명피해 위험" 접근 자제 당부
"구명조끼 하나 없이...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제주에서 매년 낚시객 추락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곳곳에서 목숨 건 낚시 행위가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9시30분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방파제에는 파도를 막기 위한 삼각뿔 콘크리트의(테트라포드) 출입 금지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곳에 있던 6명의 낚시객들은 큼지막하게 걸린 현수막 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 위험천만한 낚시를 이어갔다.
해가 저물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낚시객들은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한 채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유사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필수 장비인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비슷한 시각 제주시 용담동 갯바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갯바위 인근에는 위험을 알리는 '출입 금지'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낚시객들은 풀숲 사이를 가로질러 갯바위로 향했다.
슬리퍼를 착용한 한 낚시객은 돌 사이를 건너다 휘청거리는 등 아찔한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은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을 펼쳐 놓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낚시객 양모씨(72)는 "위험한 건 알지만 이곳이 입질이 많고 사이사이 물고기들이 숨어 있어서 명당으로 불린다"며 "다들 낚시 경력이 오래돼서 조심하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낚시객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매년 제주에서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29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동 일대에서 낚시를 하던 40대 A씨가 바위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른쪽 발목과 등을 크게 다쳐 중상을 입은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지난 1월 5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포구에서 50대 낚시객 B씨가 50m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굴과 목 등을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테트라포드와 갯바위의 경우 이끼와 물이 있으면 매우 미끄러워 실족 사고 등 사고 위험이 큰 데다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추락 사고 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게다가 추락 시 타박상과 골절 등 부상을 입거나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게 될 경우 신고가 어려울 수 있다.
해경 관계자는 "낚시 활동 시 구명조끼와 안전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며 "테트라포드와 갯바위는 이끼가 많아 미끄러지기 쉽고, 추락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낚시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