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도의회 의장이 제주형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도입과 관련해 자신이 강행한 여론조사에 대해 사과했다. 도의회의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의장 혼자 밀어붙인 여론조사는 오영훈 지사와 함께 자신도 행정안전부에 건의한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도민 합의까지 번복했다. 특히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의 뒤늦은 속칭 '제주시 분할 방지법'처럼 도민 합의를 무시하고, 어깃장을 놓은 나쁜 정치의 선례로 기록될 수 있다. 

이 의장이 민생경제 우선을 강조하면서 제안한 '행정체제개편 중장기 과제' 추진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영훈 지사가 임기 내 공약 무산을 사과하며 밝힌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 주민투표, 2027년 또는 2028년 기초자치단체 도입 재추진 로드맵에 비해 명료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민에게 분명하고 또렷한 내용 없이 중장기 과제로 두루뭉수리하게 표현해 도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사실 2010년부터 제왕적 도지사 폐해 극복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행정체제개편이 추진됐지만 도의회의 역할은 기대이하다. 도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통합하는 대의기관보다 자신의 주장만 앞세운 백가쟁명식 논쟁으로 소모전을 초래한 책임이 적지 않다. 2013년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과정에서는 대안 없이 반대해 무책임 정치 비판을 받았다. 도의회가 도와 협의해 로드맵을 정하지 않으면 도민 혼란과 소모전만 또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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