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시대 분화 기록
선사시대 삶 담은 발자국
세계유산서 의도적 제외
“국가유산 지정 추진 시급”
신석기 시대 화산 폭발과 함께한 인류의 삶을 증명하는 세계적 가치를 지닌 송악산을 개발 논리에서 벗어나 국가유산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은 11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송악산, 아직도 개발 대상인가’를 주제로 한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송악산을 ‘제주 화산 연구의 1번지’라고 칭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소장은 “오래된 화산에서부터 최근에 분출한 화산까지 제주 화산 모두를 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신석기시대에 이 지역에서 화산과 함께한 삶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에 따르면 송악산은 약 3800년 전 얕은 바닷속에서 폭발했다. 이때 발생한 화산재가 인근 해안가 갯벌로 흘러가 쌓였고, 당시 사냥하던 사람과 사슴의 발자국을 그대로 덮어 화석으로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압도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송악산이 제대로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 소장은 “송악산이 국가유산은 물론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지 못했다”며 “이는 제주도가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분화구 내부에 호텔을 짓는 등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계획 때문에 유네스코 지질명소 후보에서 최종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문화재로 지정해버리면 개발 사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은 편법으로 도립공원에 포함시킨 것”이라며 “제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주제가 ‘화산’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가치를 지닌 송악산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악산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유산으로 지정하고,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추가 등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 선사 역사를 간직한 송악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알뜨르와 연계한 지질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익태 제주KBS 기자는 지난 수십년간 반복된 송악산 관광 개발 역사와 개발 논리에 맞선 시민 저항을 조명했다.
그는 1999년 시작된 1기 개발 사업이 투자사의 실체가 불분명했던 국제적 사기극으로 드러나 좌초됐고, 2013년 재개된 2기 개발 사업은 제주도의회의 사상 첫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으로 막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발을 막아냈음에도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강화되면서 환경운동 진영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이 주최하는 연속 토론회는 오는 12월까지 매월 두 번째 목요일에 같은 장소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고기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