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울증 증세 고통 호소
현장서 유서 추정 메모 발견
의료계 관리• 감독 강화 시급

제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이 병원에서 의약품을 빼내 친아들을 살해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7시38분께 제주시 삼도동의 한 주택에서 40대 여성 A씨와 7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집에 방문한 아이 돌봄 도우미가 이들을 발견해 A씨의 남편에게 사실을 알렸고 남편이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도내 의원급 병원에서 일하는 수간호사로,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특정 약물을 빼내 아들에게 주입한 뒤 본인에게도 투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고나 가정불화, 아동학대 정황은 없다"며 "현장에서 약물을 사용한 흔적이 나왔고 병원을 통해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약물은 희석하지 않은 상태로 정맥에 주입하면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약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는 사형 집행에 이 약물을 사용한다.

다만 이 약물은 현행법상 마약류처럼 전 과정이 기록·관리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지침은 '분리 보관' '용법·유효기간 표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주에서 간호사가 같은 약물로 목숨을 끊었고,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선 원장이 환자에게 투여해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한편, 약물이 어떻게 외부로 반출됐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전예린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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