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 해안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이 모두 과거 국내에서 불법 체류하다 추방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은 수개월 전부터 밀입국 경로를 파악하고, 단속이 어려운 고무보트를 동원하는 등 계획된 치밀함을 보였다.

17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국인 6명이 전원 구속됐다. 

이들뿐만 아니라 밀입국 과정을 도운 중국인 조력자 2명과 운반·알선책 2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밀입국자 6명은 지난 7일 오후 12시19분께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시에서 90마력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를 타고 이튿날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남성 5명과 여성 1명이 각각 고무보트에 탑승해 17시간 약 440㎞를 항해해 제주로 밀입국했다.

이들은 제주에 몰래 들어오기 위한 치밀함까지 보였다.

모집책인 30대 중국인 A씨는 지난 5월 중국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에 밀입국할 사람을 모집했고 이들 6명은 4개월가량 밀입국 경로와 방법 등을 모의해 왔다.

모집책 A씨를 제외한 5명이 1인당 약 4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모은 뒤 고무보트와 연료, 식량을 구입했다. 또 출항 전 보트를 미리 운전해 보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제주도와 가장 가까운 곳인 중국 난퉁시를 출발지로 설정하고, 이튿날 새벽 제주에 밀입국했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보트를 버린 뒤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이 과정에서 해경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고무보트 엔진을 꺼두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바다에 은폐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앞서 해경은 이들이 제주에 도착한 지난 8일 서귀포시 한 모텔에서 40대 중국인을 검거한 것을 시작으로 11일까지 나흘간 6명 전원을 붙잡았다.

보트 조종을 맡았던 30대 중국인은 제주 배편을 이용해 도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가 충북 청주에서 검거됐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이들은 도운 중국 국적 여성 2명과 피의자 은신을 지원한 한국인 남성 1명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붙잡힌 6명 전원은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간 제주와 경기도 지역에서 불법 체류한 전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강제 출국 됐으며, 제주에 합법적 입국이 어려워지자 밀입국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주 해상 경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밀입국 당시 해안에 경계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해경 인력이 배치돼 있었음에도 이들이 제주의 땅을 밟는 순간까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점을 비춰,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오지 않기 위해 위성항법장치 및 경계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