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만 「바당은 없다」

「바당은 없다」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 숨 쉬는 파란 바당을 펼쳐 보이면서 인간과 자연, 바당과의 섬세한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생태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바람보다 먼저 달려간 소년이, 어른이 돼 바당을 다시 숨 쉬게 하려는 한 사람의 간절한 고백이기도 하다.

저서는 바당이 죽어가면서 그 속에 있는 녹아 있었던 삶의 그리움뿐만 아니라 아프지 않고 여전히 다음 세대로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당에 대한 노력과 생활의 희망을 행동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송일만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을 통해, '폴개' '겡이왓' '애삐리' '관수짜리' '쉐기(수애기)' 등의 마을 단어와 생생한 이야기의 리듬을 있는 그대로 살려 현장감, 그 시대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생명의 다양성과 바당의 축복을 실제로 경험하게 한다.

저자의 이야기와 경험은 옛날로 돌아가는 회고의 장치가 아니라 생명의 다양성과 기후 위기, 바다 위기 지표이기도 하다. 

그 표현 방법도 수치로 가득한 딱딱한 학술적인 논문이나 보고서 형식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저자만의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서술, 감성, 유머와 함께 깨알 같은 진실과 진심을 뿌리며 자연으로, 바당의 한 가운데로 향하고 있다.

저자는 바당을 환경 운동가의 시각보다는 자연과 바당에 대한 사랑, 따뜻함으로, 있는 그대로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인문학적인 제주 바당의 삶을 「어머니의 루이비통」 이후 5년의 준비 기간을 통해 세상으로 내놨다.

어쩌면 바당을 대하는 그의 지금까지 인생 경험이 축적된 이야기로 '기후 변화와 바다 위기 시대에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거센 파도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과 답을 작은 지구, 제주를 통해 제시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가 최고의 자연이다. 바당은 더 이상 당연하지가 않다.

이 시간 위에서 우리가 자연, 바당과 맺어야 할 관계에 대한 이유 있는 서사를 통해 잔잔한 울림과 함께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맑음샘. 2만원. 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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