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도의원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여정은 열정으로 시작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에서는 2017~2020년 사이 제주에서 125명의 학생운동선수가 전출했고, 전입은 72명에 불과했다. 특히 전출은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진학의 갈림길에 집중됐으며, 전국대회 입상 경험을 지닌 우수선수도 다수 포함됐다. 고향에서 성장해야 할 시기에 외지로 떠나는 현실은 지역 체육의 위기와 인구소멸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는 지역 내 체육인프라 부족과 진학 연계 미비가 학생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제주 학생인구는 2012년 대비 2020년 10.6% 줄었고, 학생운동선수 수는 21.3% 감소해 전국 최대 폭을 기록했다.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체육 생태계 붕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예산 구조 역시 문제다. 2014~2019년 사이 체육대회 지원 예산은 38.7% 증가했지만, 학교스포츠클럽 사업에 72.4%가 집중된 반면, 전국체전 등 전문체육 지원은 16.9%에 머물렀다. 생활체육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전문체육이 뒷전으로 밀리면 장기적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첫째, 진학 연계 강화다. 강원도의 '운동부 계열화 정책'처럼 초·중·고 운동부를 종목별로 체계화하면 학생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제주에서도 일반고 운동부 활성화와 남녕고 전문성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문체육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생활체육 중심 구조를 조정해 전국체전·소년체전 등 대회와 훈련 지원을 늘려야 한다. 셋째, 우수선수 지역 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교육청·지자체·실업팀·대학이 연계한 지원 체계와 종목 다양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우수한 체육지도자의 수급과 생활정착 지원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청, 선수, 학부모, 체육관계자 등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다. 운동선수의 꿈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룰수 없다.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고 지역 구성원이 협력할 때 아이들은 고향에서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학생 선수들이 더 이상 떠나지 않아도 되는 제주, 꿈이 이어지는 고향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