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문태준 시인의 신작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의 백미는 뛰어난 시적 문장과 함께 노동 속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짓는 자연의 시들을 읽는 묘미다. 제주 시골 마을에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며 다섯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그는 풀의 시인, 농부 시인으로 거듭났다.
시인은 그 생명들이 연결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마음의 평화에만 머물지 않고,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땅에 무릎을 꿇고 잡초를 뽑아내는 일은 마치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것 같고 매일 잡초를 뽑는 육체적인 노동이 정신을 건강히 버티게 해준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시인은 풀을 뽑으면서도 끝없이 내면을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풀밭의 환경을 비유한다.
문태준 만의 전통적 서정성을 시적 문장으로 승화한 이번 산문집은 이야기의 논리적 구조와 전개 속에서도 절제된 언어로 시의 이미지와 상징을 사용해, 감정의 깊은 울림과 공간감의 매혹을 안겨준다. 밝은 빛을 담고 있는 작약꽃 안쪽에서 성당 같고, 절 같은, 고요함과 성스러움을 보며 그것이 우리가 완성해야 할 마음씨와 모습이라고 쓴다.
시인은 눈보라가 굶주린 산짐승처럼 혹은 벌 떼처럼 몰아치는 혹독한 제주의 바람을 묘사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가 그처럼 느리고 그처럼 신중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시인이 깨어난 새벽,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상상력과 비유는 마치 이 세계가 하나의 울림 안쪽에서 존재하는 것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감각적 이미지의 문장구조와 시적 상상력이 펼쳐내는 문태준 시인의 녹색서. 천천히 오래 읽어도 좋을 그가 발견한 자연의 가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제공해 준다.
문태준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으며 노작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마음의 숲. 2만원. 박찬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