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고 습득하는 학습 공간이 아니다. 인성 함양 등 다양한 배움터의 역할을 수행함에도 '젠더폭력'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어 아쉽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이하 제주 전교조)의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도내 교사 응답자 40%가 학내에서 학생, 동료 교사, 교직원·관리직, 보호자, 지역 주민으로부터 음담패설, 성적 비유를 담은 외모 품평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피해 교사들의 고충도 적지 않아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피해 교사의 절반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해 다른 학생의 수업 피해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또 심리적 고립감과 불면·소화 불량 등의 후유증을 호소하면서 2차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피해 교사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나 젠더폭력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내 폐쇄적 의사결정 시스템으로"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피해 교사들의 지레짐작을 이해하지만 신고하지 않는 것은 문제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도교육청의 전수조사도 필수다. 도교육청이 신고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허점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교사들이 피해 신고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학생들의 성인지성을 높이고. 교직원 성평등 연수 교육도 충실히 진행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학내의 성평등 문화가 정착되려면 제주 전교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에 만연한 젠더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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