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치매를 조기 예측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약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제주광역치매센터가 개소 10주년을 기념해 최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치매의 진행을 27% 늦추는 치료제를 비롯해 선제적인 진단과 치료 등 질병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가능성들이 소개됐다. 다만 이같은 의료 혁신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질병 관리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사회 시스템이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반에 가까운 치매 환자 가족들이 여전히 돌봄 부담을 호소하고 있고, 지역사회는 시설 중심의 낡은 구조에 머물러 있다. 치매를 병원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마을과 일상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전하게 어울리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치매 카페'같은 사회적 거점을 확충하는 정책도 충분히 검토해 볼만 하다.

치매 관리의 패러다임이 예방과 조기치료로 발전하고 있지만 질병의 마지막 단계인 '존엄한 죽음'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의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조차 생애말기 돌봄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빠져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돌봄·지원체계 재설계에 협력해 치매환자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