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국제와이즈멘 서제주클럽 회장
서제주클럽 회장으로 취임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봉사란 무엇일까. 봉사단체의 대표로서 어떤 자세로 이 길을 걸어야 할까. 그런 고민 속에서 장애인들이 백두산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고, 동행 제안에 주저 없이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서 봉사의 의미는 새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여행 중 가장 큰 은혜는 천지를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구름 때문에 천지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고 하는데, 우리는 서파와 북파 모두에서 천지를 허락받았다. 특히 북파에서는 천지를 감상한 직후, 내려오려는 순간 먹구름이 몰려와 천지를 덮어버렸다. 마치 하늘이 우리에게만 잠시 그 장엄한 백두산 천지의 풍경을 허락하신 듯했다. 그 순간 '정말 신이 계시는구나'라는 경외심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가슴을 무겁게 한 것은 압록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북한 땅을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강가에 늘어선 삼엄한 초소와 불과 몇 미터 앞에 같은 민족이 살고 있지만 발을 디딜 수 없는 분단의 현실 앞에서 가슴이 먹먹했다. 필자는 통일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반드시 이뤄져야 할 민족의 과제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필자는 일행의 최종 인솔자의 역할을 맡아 후미에서 일행의 발걸음을 지켜보았다. 우리 일행에게 백두산 천지를 등반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이동이 더뎌 점심이 늦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다림조차 우리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됐다. 서로 웃고 격려하며 걷는 모습은 그 어떤 여행보다 따뜻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장애인 18명 모두가 낙오자 없이 무사히 천지를 보고 돌아온 일이다. 이는 동행한 선생님들과 종사자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손을 잡아주고, 사진을 찍어주며, 안전을 챙겨주신 그들의 사랑과 배려가 모두의 발걸음을 지켜주었다.
최종 인솔자로서 뒤에서 걸음을 맞추며 깨달았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길에서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번 여정은 저에게 봉사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주었고, 백두산의 웅장한 풍경 너머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함께 걸어가는 연대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으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마음의 힘을 보았다. 그 모습에서 저는 '봉사'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사랑의 실천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필자는 그곳에서 인생에 길이 새겨질 소중한 배움을 얻었다. 봉사는 삶의 일부가 아니라 곧 삶 그 자체다. 만약 또다시 함께하자는 제안이 온다면, 필자는 지체없이 동행할 것이다. 그 길이야말로 제 삶을 가장 아름답게 빛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백두산 천지의 장엄한 풍경은 제 눈에 남았고, 장애인들과 함께 웃고 걸었던 그 길은 제 가슴에 남았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나의 인생에 길이 새겨질 봉사의 기념비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봉사자들의 동행과 지도자의 따스함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