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주의 물 문제를 논의했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 30일 열린 제15회 제주물 세계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제주의 지하수는 지하수위 하강과 해수 침입, 질산염 오염 등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강수 불확실성에 따른 함양 저하, 지표유출량 증가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제주 지하수를 지속가능한 수자원으로 안심하고 이용할 근거가 부족해지고 있다.

지하수 고갈은 수자원 문제를 넘어 제주의 생태·경제·문화 전반에 타격을 준다. 제주의 물은 산업적 자원이자, 삶의 방식과 전통을 잇는 문화유산이다. 이를 단순히 개발 논리로 접근하는 순간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 발생한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허가량 리밸런싱, 농업용수 요금제 개편, 곶자왈 보전 등의 정책들은 기술적 대책이자 문화적 선택이다.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곧 제주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행정 뿐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책무다. 사전예방원칙을 바탕으로 지하수 함양과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물 문화를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계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의 물 위기는 경고가 지속되고 있는 예고된 위기다. 이번에 나온 경고들을 행동의 출발점 삼아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최고의 수자원과 물 문화를 물려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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