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채, 이현숙 「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

대한민국이 OECD 자살률 1위라는 아픈 현실을 몇 년째 마주하고 있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날 거야'라는 절망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대답을 들려줘야 할까.

이 무거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평생을 의학계에 몸담았고 '죽음학 전도사'라 불리는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와 그의 아내가 함께 펜을 들었다. 바로 신간 「죽음, 삶의 끝에서 만나는 질문」의 저자 정현채, 이현숙 부부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제주의 작은 독립서점 '누운산책방'에서 시작된다. 아내 이현숙 선생이 운영하는 이 책방은 죽음학 관련 서적을 다수 보유한 특별한 공간으로 제주 조천읍 한적한 중산간 마을에 있다. 어느 날부터 자살로 친구를 떠나보낸 청년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슬픔과 두려움과 절망감을 조심스럽게 꺼내놨고, 이현숙 선생은 그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이며 아픔을 위로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자살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힘들고 괴로워 죽음으로 모든 걸 끝내고 싶을 때 어떻게 자신의 삶을 다시 붙들게 할까. 과거에 자신 역시 깊은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갖고 있었고, 죽음의 실체를 알면서 이겨낼 수 있었던 정현채 교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나 훈계가 아닌 '죽음'의 실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근거라는 걸 안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제주 책방을 찾았던 청년들의 아픔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자, 이 땅의 모든 청소년을 향한 간절한 편지다. 부부는 '근거 기반 의식 과학'이라는 탄탄한 탐구를 바탕으로 죽음이 '소멸'이 아닌 '의식의 이동'임을 이야기하며, 삶의 모든 고난이 영적 성장의 기회임을 따뜻하게 알려준다.

한 의사 부부가 들려주는 이 생명의 이야기가, 절망의 문턱에 선 모든 이들에게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용기를 주길 기대한다.

저자 정현채는 198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로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권위자다.

또 다른 저자 이현숙은 1980년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 편집부 직원, 중학교 교사, 방송국 스크립터 등으로 일했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는 오랜 바람대로 제주 중산간 와산리로 옮겨 와 독립서점 누운산책방을 열었다. 비아북. 1만8000원. 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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