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해 5월 선포한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은 정부 목표인 2050년보다 15년 앞서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제주는 이미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서 전국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탄소중립에 이르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특히 최근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구체적 실행계획과 이익공유 모델이 부재한 채 행정만 앞서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점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핵심은 에너지 대전환 정책이 거대한 구호에 비해 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마을 단위의 갈등이 반복되고 환경단체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도민 모두의 공유 자산인 풍력과 태양광 개발이 주민에게 이익을 돌려주지 못하는 구조에 큰 원인이 있다. 도민과 이익공유 없는 정책은 지속가능성을 잃고 탄소중립이라는 명분마저 공허해질 수 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는 분산형 에너지 모델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에너지 전환의 과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또한 탄소중립은 행정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새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는 현재, 제주가 그 기회를 살리려면 도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에너지 자립은 물론 관련 산업과 청정섬 이미지 강화, 일자리 창출까지 선순환 구조를 도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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