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집중됐던 전세보증금 사고가 제주를 비롯한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정점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전세보증금 사고는 2021년 8건에서 2023년 111건, 지난해 79건으로 증가했고, 피해액도 같은 기간 9억원에서 196억원, 15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이미 87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수도권 중심의 전세사기가 지방 확산이라는 2단계 피해 국면으로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에서 사고가 늘어난 것은 주택가격 하락과 임대시장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기 침체와 인구 유출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매매·전세가격은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동반 하락했다. 중소규모 건물이나 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부실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이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2023년 서귀포시의 전세보증 사고율이 44.9%로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역전세 현상이 뚜렸했다.
이제는 선제적 대응으로 정책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담보가치 및 대출 심사가 허술할 경우 사고에 취약해지는 만큼 정확한 보증·심사체계를 마련해 고위험 건물을 선별 관리해야 한다. 또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전세 거래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주택 임대차 시장 정보를 통합 공개함으로써 세입자들이 위험 거래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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