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8월 채집…서식 확인 처음
웨스트나일열 등 감염병 매개
“기후변화 영향 새로운 종 늘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열대와 아열대 기후에 서식하는 감염병 매개 모기 ‘열대집모기’가 최근 제주에서 발견됐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제주에서 감염병 매개체 감십을 위한 채집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국내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가 발견됐다.
질병청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조사 결과는 질병청 공식 학술지 ‘건강과 질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집모기류에 속하는 열대집모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감염병 매개 모기인 빨간집모기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1956년 보건학자 주인호 박사의 논문 ‘한국산 모기의 분류’에 한때 한국산 모기로 기록됐지만 표본이 남아있지 않고 70년 가까이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학계에서는 동정 오류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국내에서 열대집모기가 처음으로 확인된데다 이번 채집 과정에서 제주 여러 지점에서 발견된 점을 미뤄볼 때 이미 제주에 정착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질병청은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유입 경로가 명확하지 않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열대집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주 외 다른 지역에서도 서식하는지 내년 감시 시즌 확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집모기는 웨스트나일열 등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모기다.
우리나라 3급 법정감염병인 웨스트나일열은 드물게 뇌염과 수막염으로 이어지는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19개국에서 1436명의 환자가 나와 125명이 사망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아프리카 기니에서 감염돼 입국 후 확진 받은 사례 1건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다만 질병청은 열대집모기가 국내에서 발견됐어도 웨스트나일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에 서식하는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매개 모기로 알려졌지만 이들 모기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열대집모기가 다른 모기들보다 웨스트나일 매개 위험이 더 높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감시해야 할 병원체 모기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