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역사 넘어 지방 역사가 필요한 이유
이영권 「새로 쓰는 제주사」

이영권 작가의 「새로 쓰는 제주사」는 '변방의 시선'이라는 일관된 시선으로 제주 땅에서 일어난 선조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저자의 제주 사랑은 지극하지만, 애향심에 불타는 향토사학자들의 맹목적 사랑과는 차별성을 갖추며 지방사 서술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다.

제주 사람들에게 삼별초는 무엇이었을까. 교과서를 통해 배우듯 애국적 영웅이었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삼별초는 제주에 불안과 위기, 종국엔 전쟁을 가져왔다. 제주 사람들에겐 삼별초가 제주에 들어온 것부터가 재앙이었다. 목호의 난은 어땠을까. 당시 제주 사람들도 이 난을 고려 정부에 대항한 몽골인들의 반란으로 봤을까. 목호는 약 100년을 제주인들과 함께 살아왔다. 오랜 시간 제주인과 섞여 난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몽골인가 제주의 고려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제주의 입장에서 목호의 난을 단순히 몽골인들의 반란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중앙과 권력 중심의 역사 서술은 이렇게 교과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방 사람들의 삶과 역사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변방 중의 변방인 제주의 역사는 더욱 그러하다. 제주의 역사에는 중앙 중심의 교과서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삶들이 존재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관점과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지방사의 미덕이다. 이 책을 통해 교과서에 담기지 못한 변방, 제주의 구체적인 속살을 확인할 수 있다.

1만8000여 신이 깃든 제주 특유의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선사 시대부터 탐라 건국신화, 고려와 몽골 지배기, 왜구의 침탈, 완전한 변방이 되어버린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의 항일투쟁과 현대사의 4·3 현장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섬' 제주 이야기를 온전히 담았다. 제주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기술하면서도 사건의 연대기보다는 주제별로 제주사의 특징적인 사건과 장면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역사 교사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제주에서 수많은 답사를 진행한 저자의 노련한 이야기 솜씨는 독자를 마치 제주의 역사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으로 이끈다. 한국사의 부록이 아닌, 그 자체로 완결된 제주의 역사를 만난다. 휴머니스트. 2만5000원. 


당신의 제주 로망은 무엇인가요
김태연·양정임 「리얼 제주」 
최신 정보로 돌아온 제주 베스트셀러

김태연, 양정임 작가의 「리얼 제주」는 월별, 계절별, 테마별 추천 코스에 특히 정성을 들였다. 초심자부터 제주를 자주 찾는 여행객까지 모두 보기 쉽도록 시기별로 꼭 봐야 할 명소와 제철 요리 등을 담았고, 부록으로 제공하는 '월별 여행 캘린더'에서 한 번 더 강조했다. 

이 책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쪽을 제주시, 남쪽은 서귀포시로 구분해 소개한다. 각 시를 다시 시내와 동부, 서부로 나눠 한눈에 지역 개념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각 지역에서 소개하고 있는 명소, 식당·카페, 상점은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두 저자가 여행자의 관점에 로컬의 정취를 더해 고르고 고른 곳이다. 특히 개정판을 위해 전수 조사와 더불어 '요즘 제주'에서 여행자들이 좋아하고 여행객들에게 도움 될 만한 곳을 추가했다.

이 책은 단순히 지역을 나눠 스폿만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중간중간 흥미로운 주제의 읽을거리를 제시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제주시 하나로마트에서 어떤 먹거리를 사면 좋은지,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등 각종 만감류의 차이점과 어느 계절에 맛있는지, 유명한 구좌 당근으로 만든 음식에는 어떤게 있는지, 서귀포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중 제일은 무엇인지 등을 알려준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은 제주의 분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은 봄의 진달래와 철쭉,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꽃 등 다양한 풍경을 뽐낸다. 한라산 등반 코스와 주변의 오름, 단풍 명소까지 소개한다.

제주 여행 준비는 보통 비행기, 렌터카, 숙소 예약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졌고 렌터카 대신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자도 늘어나는 등 각자의 여행 패턴에 따라 준비해야 할 일도 다양해졌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여행 준비는 물론, 다양한 입도 방법에 대한 정보와 주요 버스 노선, 관광지 순환 버스의 노선과 설명을 추가했다. 한빛라이프. 2만원. 


아름다운 풍경과 유쾌한 글 어우러진 감성 에세이
이현미 「제주를 그리며 제주를 그리다」

이현미 작가의 「제주를 그리며 제주를 그리다」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림 작가의 사적인 기록이다.

기쁘거나 슬픈 순간, 희망으로 가득 찬 때나 절망 속에 있을 때도, 잔잔한 바다의 물결로, 수면의 작은 반짝임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바람으로 위로하고 다독여 주었던 그녀의 제주를 떠올리며, 풍요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따듯한 일러스트로 그려냈다.

그녀도 한때는 도시를 꿈꿨다. 촌에서 태어나 성장한 청년들이 그러하듯 제주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던 때가 있었다. 늘 보는 것이 나무이고, 바다이고, 숲이고, 오름이었다.

봄이면 근원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멀리 퍼져 나가는 부드럽고 달큰한 귤꽃 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이 밤기운에 밀려날 즈음 붉게 물든 하늘 위로 달콤한 분홍빛 구름이 피어올랐다. 바랜 갈색 억새는 가을바람에 일렁이며 물결을 만들고, 그 물결은 다시 마을까지 바람을 실어 왔다. 눈이 많이 쌓인 어느 날 찾았던 휴양림에서는 순둥한 노루를 불현듯 마주치기도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의 냄새가 달라지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 공기가 한 톤 낮아지며 하늘은 멀리 높아졌다. 그렇게 작가는 풍요로운 자연을 예민하게 느끼며 살아왔고, 그 작은 변화 속에서 설렘과 기쁨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다.

국자로 빙빙 돌려서 만드는 '빙떡', 제사상엔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상애(외)떡', 번개같이 빠른 손으로 사정없이 귤을 따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귤 수확 작업, 고사리 따기, 조개 캐기, 스노클링에 관한 TMI 등 제주의 자연환경과 풍습, 그리고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생활문화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가득하다.

언젠가 제주를 찾게 된다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만났던 제주의 생활문화를 마주할 때마다 그녀가 유쾌한 필체로 펼쳐놓았던 에피소드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이며, 제주가 한층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북핀. 1만6800원. 


"당신도 다시 걸어보고 싶게 만들 것"
신용철 「아름다운 제주 해안 길 걷기」

세 번의 암 투병을 이겨낸 신용철 작가가 10년에 걸쳐 홀로 걸은 제주 올레길의 감동 실화인 「아름다운 제주 해안 길 걷기」를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65세의 나이에 시작된 걷기 여정은 고통, 외로움, 그리고 치유의 순간으로 가득 찼다.

이 책은 제주 해안선 440㎞, 섬과 바다가 들려주는 풍경과 역사, 그 모든 장면이 일기처럼 담겼다.

눈앞에 펼쳐지는 파도, 돌담, 오름, 황근의 꽃과 숨은 마을 이야기까지, 걷는 자만이 만나는 풍경들이 고스란히 수록돼 있다. .

코스를 따라 이어지는 저자의 발자국은 삶의 의미를 묻고 또 답하는 길 위의 철학이 된다.

저자는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며 "혼자여도 좋다. 늦어도 괜찮다. 이 책은 당신도 다시 걸어보고 싶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상상나래. 1만7400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