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자살률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제주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가 지난 한 해에만 24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36.3명에 달했다. 전국 평균 29.1명보다 크게 높고, 불과 2년 전만 해도 14위였던 연령표준화 자살률이 1위로 오른 것은 충격적이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제주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구조적 위기 신호로 봐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도내 자살률이 급증한 배경으로 정신건강 악화, 경제 불안, 공동체의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한다. 특히 40대 자살률이 한 해 사이에 24%포인트로 대폭 늘어난 점은 생계난과 관계의 부담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행정 대응도 의료·복지 영역을 넘어 생활속 돌봄과 지역사회의 회복으로 확장돼야 한다.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사례관리, 정신건강상담 체계 강화, 지역 맞춤형 예방사업 등 자살예방을 위한 인프라와 사업들이 있지만 이제는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제주도가 이달중으로 정신건강위기대응협의체를 꾸리고 '생명사랑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 출발이다. 다만 캠페인과 병행해 일상의 안전과 신뢰를 복원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행정, 교육, 경찰, 종교계의 협력이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마을 단위의 돌봄체계 복원과 이웃간 관심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는 길은 결국 단절돼가는 관계를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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