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제주는 지금 조용히 늙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변화가 바로 청년 세대의 이탈이다.

최근 몇 년간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30대 청년의 순이동 인구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공동체 활력은 떨어지고, 일자리·문화·교육이 서로 선순환하는 구조마저 흔들리고 있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 미래는 없다. 지금의 제주가 바로 그런 현실 앞에 서 있다.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제주에서 제공되는 일자리가 청년이 꿈꾸는 미래와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과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계절 편중과 단기 고용이 많아 안정성이 낮고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좁으며, 임금 수준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거 문제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원룸 월세가 수도권 수준으로 올라가 있고, 공공임대 주택은 턱없이 부족해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현실의 벽이다. "제주에서 살고 싶지만, 제주에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청년들 입에서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제 청년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단기적인 지원금이나 일회성 행사형 정책을 넘어서 청년이 현지에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산업 구조의 다변화가 필수다. 4차 산업, 문화콘텐츠, 녹색에너지 등 미래산업 분야에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도 차원에서 '청년혁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역의 대학·기업·지자체가 함께 청년 일자리를 설계하는 협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청년의 주거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 전용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고, 도심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저렴한 공공기숙사나 공유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주거비를 보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 주거환경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청년이 정책의 주체로 서야 한다. 청년정책은 청년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돼야 한다.

의회와 도정은 청년정책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고 청년 참여예산제를 확대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초입부터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청년의 의견이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될 때에야 비로소 그 제도는 살아 움직인다.

청년의 문제는 결국 지역의 문제이며, 청년의 미래는 곧 제주의 미래다. 청년이 제주를 떠나는 지금의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지역경제와 공동체 모두가 위기를 맞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청년이 중심이 되는 전환이다. 청년이 머물고, 일하고, 사랑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섬, 그 섬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제주다.

지속가능한 제주는 청년이 머무는 제주다. 청년이 돌아오는 섬, 청년이 웃을 수 있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도의회도 최선을 다하겠다. 청년이 떠나는 섬은 더 이상 우리의 선택지가 돼서는 안된다. 이제는 청년이 남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제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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