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공공기관들의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과 허점이 충격적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2024년도 채용 업무에 대해 8개 지방공공기관 등을 특정감사한 결과, 기간제 근로자를 절차 없이 일반직으로 전환하거나, 자격 증빙서류조차 내지 않은 지원자를 임원으로 추천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도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이같은 기본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행정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도감사위원회는 모두 14건의 행정조치와 8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내렸지만 문제는 절차 위반 외에 안일한 조직문화에도 있다. 예산 미확정을 이유로 인사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거나, 서류·면접위원을 중복 위촉한 사례는 규정보다 내부 편의를 앞세운 결과다. 특히 증빙서류 없이 임원후보로 추천한 행위는 서류를 성실히 제출한 후보와 공정하지 않을 뿐더러 검증 절차를 무시한 명백한 책임 사안이다.

채용의 공정성은 공공기관의 신뢰와 직결된다. 감사 지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상부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비롯해 외부 인사 검증 강화, 심사 절차 공개, 재발 방지 매뉴얼 마련 등 대책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가뜩이나 경제난과 취업난을 겪고 있는 도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스스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청년을 비롯한 도민들의 분노와 맞닥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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