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편 상영·관객 프로그램 강화
4·3·국가폭력·기억의 윤리 조명
제주4·3평화재단은 제3회 제주4·3영화제가 20일부터 23일까지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열린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영화제 주제는 '숨 들고, 가자'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온 이들이 잠시 멈춰 서로의 삶을 바라보고, 다시 나아갈 힘을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외 장·단편 31편이 나흘 동안 관객을 찾는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올해 별도의 공식 홈페이지를 구축하며 운영 체계를 정비했고, 단편 경쟁 부문에 '관객상'을 신설했다. '기억 바다 샤워', '지금, 녜인', '1980 사북' 등 국내 작품과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1923년 9월', '저항의 기록' 등 해외 배급작까지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최근 개봉작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아임 스틸 히어' 등도 상영 목록에 포함됐다.
개막작은 가자지구 출신 감독 22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다. 소설·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회복력을 다층적 시선으로 그려낸다. 폐막작 '지금, 녜인'은 국제 부부의 일상을 통해 고통과 연대, 기록의 윤리를 질문한다. 영화제는 △기억하는 과거 △기록하는 현재 △잇는 미래 △단편 경쟁 '불란지' 등 네 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기억하는 과거' 섹션에는 제주4·3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국가폭력과 집단적 아픔을 다룬 작품이 소개된다. 제주4·3을 모녀의 생존 여정으로 담아낸 영화 '한란',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다룬 '1923년 9월', 사북항쟁의 현장을 기록한 '1980 사북', 유산자를 향한 애도를 담은 '10월의 이름들' 등이 포함됐다. '기록하는 현재'에서는 팔레스타인 점령지, 난민 문제,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 등 현재진행형 폭력을 다루는 작품이 상영된다. '잇는 미래' 섹션은 디아스포라의 삶과 상실 이후의 치유를 주제로 한 영화들로 꾸려졌다.
관객과의 대화(GV)도 풍성하다. '한란'의 하명미 감독과 양영희 PD, '1980 사북'의 박봉남 감독이 무대에 오르며, '기억 바다 샤워' 상영 후에는 임흥순 감독과 미술평론가 곽영빈이 '역사의 감각과 감각의 역사 사이'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진행한다. '빛을 향한 노스텔지어' 상영 후에는 조미영 전 유해발굴팀장이 참여해 '기억의 윤리와 폭력 이후의 세계'를 논의한다.
영화제 관련 정보 확인과 티켓 예매는 공식 홈페이지(www.jj43ff.com)에서 가능하다. 1인당 4매까지 사전 예매할 수 있다. 잔여 좌석은 현장에서 예매 가능하고, 단체 관람은 사무국(064-723-4360)에 문의하면 된다.
강은미 집행위원장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이 제주4·3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며 "영화가 희망과 구원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올해 영화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이사장은 "영화라는 예술의 언어로 기억을 되새기며 세대와 지역, 나아가 인류가 함께 공감하는 연대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