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비상임 논설위원·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파리의 휴가철인 여름 2개월 동안 센강의 강변에는 휴가를 못 간 파리지앵들을 위해 '파리 플라주(Paris Plages)'라는 인공해변이 생긴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이후로는 심각했던 수질이 개선되면서 수영장도 운영됐다. 휴가를 위해 일을 한다는 프랑스인에게도 파리 도심의 센강에서 에펠탑을 보며 수영하는 것은 휴가를 상쇄할 만큼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온라인의 동영상 정보만으로도 간접경험이 충분해져 직접적인 경험 욕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접할수록 기대가 생기고, 직접 해보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 축소될 줄 알았던 관광산업에서도 사전에 학습한 영상을 교본 삼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최적의 경로와 문화를 효율적으로 알게 되어, 더 많은 곳을 더 자주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

간접경험으로 충분한데도 굳이 그 장소에 가보거나, 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시각을 비롯한 촉각, 청각 등의 감각이 어떤 공간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서 특별한 느낌과 감정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장소에 관광객이 몰리고,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이 이를 설명해 준다. 

경험욕구 중 장소경험은 일정한 장소에서 오감을 통해 특별함을 느끼거나 자신의 생활방식과의 연결을 통해 좋은 기억과 애정을 갖게 한다. 이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한국의 상징적인 장소들의 선호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가늠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의 세계적인 파급효과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킨 범위가 크고, 등장하는 한국적인 소품들이 굿즈로 개발되어 감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영화 속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의 상위에 있는 등 다양한 경로에서 한국과의 교차점을 지속적으로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소경험은 단순히 공간적 배경의 우수성이나 독특함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 요소들을 보유하고 이를 연결할 때,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고 그 장소가 하나의 문화로 발전될 수 있다. 어느 지역이나 외국인들에게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쇼핑 장소라고 알려진 곳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소, 올리브영, 아트박스 등이 해당되는데, 한국인들도 일상에서 흔히 방문한다는 특징이 있다. 각 매장마다 명확한 컨셉과 특화된 상품을 보유하여 장소경험이 차별화되면서, 결국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문화로서 세계인이 찾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

얼마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제시한 내년 트렌드 중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정보를 클릭하지 않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제로클릭의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AI 시대 이전의 구매는, 원하는 품목을 검색하고 검색 결과로 제시된 여러 상품을 하나하나 클릭하여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AI에게 원하는 품목의 사양을 입력만 하면 조건에 가장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해주므로, 더 이상 여러 상품을 클릭해가며 비교하여 구매하는 수고로움이 필요없게 됐다. 검색 과정에서 눈에 띄게 노출시키는 것이 그동안의 광고방식 이었다면, 지금부터는 AI가 우리 브랜드와 우리 지역을 우선 추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자료를 축적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제로클릭 시대의 경쟁력은, 장소경험을 최적화시켜가고 있는 제주를 AI가 최선을 다해 추천해 줄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를 발신시키는 더욱 적합한 방식을 찾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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