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비상임 논설위원·란 갤러리 대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굴곡진 인생에 불가피하게 얻게 되는 상처를 치유하는 삶은 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하루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이 밑바탕이 돼 작품이 되기도 하고, 험난한 세상에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이 돼준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그동안 메모해놨던 일기장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품은 희열을 느끼곤 한다. 학창 시절에 느끼던 희열인 것 같다. 메모 일기장의 글씨들은 몹시 난잡하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엉클어진 책을 잘 정리하라고 아우성 친다. 나는 그냥 그대로가 좋다.
글의 흔적은 어제를 생각하게 하고 내일을 그리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일 아침 영롱한 이슬을 머금고 컴퓨터의 자판 소리에 몰입됐던 시간이 책을 펴낼 수 있었다. 아내는 나에게 있어 벗, 친구, 누나이며 엄마였다.
그리고 정확한 조언자이며 비평가였다. 나를 지탱하는 힘이며 뜨거운 눈물이었다. 일기장에 메모한 흘려 쓴 글씨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나간 세월이 조금은 길고 험했던 것 같다. 내게 있어 삶의 진실은 조금은 식혀서 마셔야 하는 뜨거운 국물이다. 그리고 정의였다.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넘어 자신의 감성의 폭을 높이는 행위이며 예술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사람은 공들여 얻은 것에는 애착이 더 한 법이다. 비싼 값을 주고 얻은 물건은 그 값만큼 알뜰살뜰하게 취급된다. 싸고 좋은 물건은 없고, 좋고 싼 물건은 있다. 그것은 상도덕이며 양심이다.
글은 보물 일기장 속에 헝클어진 메모지에서, 일상의 기억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수많은 고민과 맞닥트려야 하고 수많은 밤을 지새우는 연구도 부지기수다. 그 발자취들은 나를 자아의 매혹, 몰아의 경지를 만들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 해석하고 아는 만큼 살아간다. 풍요의 뒷면을 들춰 보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와 행복이 숨어있다.
30년 동안 모아둔 강의 자료와 일기장을 갖고 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기쁜 마음과 함께 하나 하나의 글에 여과된 나의 감성이 농축돼 있다. 나는 삶의 이야기를 감동과 감성의 기본 틀에 글쓰기의 핵심을 두고 있다. 주어진 인생의 한계와 새로운 현실에서 얻어낸 감동을 아울러 나누는 세상, 그것이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건강한 글은 삶의 순환이고 순환은 자연의 법칙이다. 젊은 날 조금 거칠게 살았다. 중년의 멋과 함께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인생의 마무리는 삶의 디딤돌이 되어 살아가고자 한다. 이제 조금은 안정되고 마음이 홀가분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지금, 청년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소외계층의 복지가 우선하는 나라, 국가가 서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나라, 소상공인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나라, 대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행동에 간섭하지 않는 나라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나라일 것이다.
나는 용기를 잃고 두려움에 흔들고 있는 이들에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방패로 도전하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복잡한 정보화시대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내용을 발췌하고 정리했고, 주변에서 관찰한 내용과 나의 생생한 경험에 중점을 뒀다. 내용이 다소 미흡하고, 투박하지만 진솔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열정과 꿈으로 살아온 인생역정이 청풍이 되고 정화수가 돼 모든 이들과 기쁨과 행복의 순수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