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령리는 예로부터 물이 좋아 논농사를 많이 했다. 광령저수지도 일제 때 벼 경작지를 조성하기 위해 축조한 것이다.


◈순도물·상젯물·남죽이못(광령1리), 구릉거리못(광령2리), 광령저수지(광령3리)

 계절의 변화는 먼저 산과 들녘에서 느낄수 있다.봄을 시샘하는 친바람이 이따금 스치지만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나 보다.앞서거니 뒷서거니 꽃소식이 날아오고 햇살도 하루가 다르게 따사로워지고 있다.

 애월읍 광령1리에 자리잡은 순도물 바닥 뻘속에도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다.긴 동면을 끝낸 자라들이 목을 빼들고는 봄내음을 맡기 시작했다.

 겨울가뭄 탓인지 요즘 순도물은 바닥을 조금씩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고 이 덕분에 자라의 습성을 어렵지 않게 지켜볼수 있다.

 자라는 발가락 사이의 물갈퀴가 잘 발달된 듯 물속에서의 몸놀림이 무척 민첩하다.

 자라는 대개 바닥이 개흙으로 돼 있는 연못이나 하천에 서식하며 5∼7월 물가의 흙에 구멍을 파고 산란한다.

 또 산란할 때 이외에는 거의 물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애월읍 광령1리에는 순도물을 비롯 상좌못·남죽이못 등 크고 작은 샘이 많다.

 광령보건진료소 옆에 자리잡은 순도물은 면적이 약 100㎡가량되며 여름이면 연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 마을에 사는 양재수씨(77)는 “옛날에는 이곳에 드렁허리·참게·붕어등이 많이 서식했었으나 도로확장과 매립 공사 등의 원인으로 근래에는 수량도 많이 줄어 자라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동네 청년들이 소를 몰고나와 이곳에서 소싸움을 했다”면서 “당시 순도물은 주민들의 쉼터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순도물에서 북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상젯물이 있다.간혹 개구리가 눈에 띨 뿐 주변에 인가와 창고로 둘러싸인 탓에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등 수질이 매우 좋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남죽동의 남죽이못에서도 엿볼수 있다.

 남죽이못은 한때 식수로도 활용됐던 웃못과 알못 등 2개의 못으로 구성돼 있다.개구리밥과의 좀개구리밥이 눈에 띨 뿐 오염도가 심각하다.주민들은 “알못의 경우 농업용수로도 활용할수 없을 정도이다.웃못도 수량이 예전만 못해 결국 매립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구릉거리못은 광령2리에 자리잡고 있는 연못으로 4년전에 물을 가둬놓기 위해 바닥을 시멘트로 처리하는 바람에 습지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기대할수 없다.

 강창휴 광령2리장(66)은 “가뭄때 물을 활용하기 위해 못 바닥의 뻘을 걷어 냈었으나 오히려 수량이 계속 줄어드는 바람에 아예 바닥을 시멘트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광령리와 유수암리로 이어지는 군도확장 공사로 인해 못 상단부가 잘려 나간 상태이다.

 광령3리에는 ‘배한이저수지’이라고 불려지는 광령저수지가 있다.면적은 2만3000㎡이며 저수량이 최대 5만1000t이다.저수지 북쪽에는 약 130m가량이 둑이 있다.

 저수지 주변의 ‘배한이’드르는 광령1리의 ‘너븐절’처럼 한때 논 경작지로 유명했다.현재 이 저수지는 농지개량조합에서 관리한다.

 주요 식물로는 버드나무와 갈대와 골풀 등이 눈에 띨 뿐 수생식물은 거의 없다.

 저수량이 많았으면 물속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들이 비경을 선사했을 터이지만 최근 가뭄 탓에 뿌리를 드러낸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수질은 누런 황토색을 띤 3급수에 해당한다.인근지역에서 흘러드는 하수와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폐비닐과 농약병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지난 94년 광령저수지에 대한 담수어류 조사결과 채집된 어류는 붕어 3마리에 불과했다.지난 80년 조사에서 확인됐던 잉어·미꾸리·드렁허리 가운데 생활력이 강한 미꾸리나 드렁허리가 서식하고 있을 지 모르나 잉어는 거의 멸종됐거나 위기종에 처한 것으로 판단된다.

 저수지 한켠에는 왜가리와 백로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좀더 자세하게 관찰하기 위해 조금씩 다가간다.

 그러나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개를 퍼득이고는 저수지 중심으로 날아가 버린다.

 주민들은 “예전엔 철새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으나 갈수록 수질이 오염되고 있는 탓인지 요즘은 뜸하다”고 말했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 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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