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도 대물림한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의 빚은 자식이라도 반드시 갚아야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부모의 덕과 은혜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것과 맞춰 그 부덕과 채무도 대물림되어야 한다는 도덕률로서, 부모 자식관계를 끈끈한 유기적 일체로 보는 사회의식의 소산이다.

우리 민법도 재산상속제도를 인정하고 있거니와 상속되는 재산에는 당연히 소극재산인 빚도 포함된다. 그런데 외환위기(IMF)를 계기로 파산제도와 함께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을 방법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민법은 자손이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을 방법으로 상속의 한정승인과 상속의 포기를 인정한다.

한정승인은 적극재산의 한도 내에서 빚을 떠안는 것으로서 적극재산을 팔아서 그 대금의 한도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진다. 상속의 포기는 적극재산이든 소극재산이든 아예 상속을 받지 않고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여러 명의 상속인 중 일부만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몫은 다른 상속인들에게 귀속된다.

한정상속의 승인과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되었음(즉 부모의 사망)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법원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완전하게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모든 빚을 다 떠안게 된다. 다만, 빚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지 모르고 위와 같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그 같은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을 경우에 한하여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다시 한정승인신고를 할 수가 있다.

여러 명의 상속인 중 일부만이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포기할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은 완전한 상속을 받아 빚을 떠안게 되는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만약 상속인 전원이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결국 상속인이 없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고, 이때에는 채권자 등의 신청으로 법원이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여 적극재산을 매각·환가한 후 신고한 채권자들에게 배당·변제를 하게 된다. 그러나 죽은 사람에게 남은 재산이 없고 빚만 있는 경우라면 결국 채권자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상속인이 없거나 상속인 모두 상속을 포기하였으나 적극재산이 소극재산인 빚을 초과하는 경우에 그 잔여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다만 상속인이 아니지만 그 죽은 이를 위하여 요양이나 간호를 하는 등 특별한 연고가 있는 사람은 그 전에 법원에 상속재산의 분여(분배)를 청구할 수 있다.
<양경승·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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