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내 친구를 보면서 침을 흘리는 아빠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맹랑한 말로 시작한다.

 미끈한 아랫배 위에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얹어놓은 장면의 포스터에서부터 이 영화의 상업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는데 그 내용은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듯 비정상적인 상황과 일화들로 시종일관한다.

 딸의 친구와의 연애를 꿈꾸는 아버지,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몸도 아끼지 않고 버리는 어머니,남자사귀기를 밥 먹듯 하는 친구,폭력적이며 동성애자인 옆집 아저씨,마약중독에 걸린 그의 아들.

 처음 보기에 미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까발겨 놓기 위해 만든 것 같은 이 영화는 진행이 될수록 줄거리가 묘하게 바뀐다.

 그 아버지에게는 수십년 몸 담아온 직장을 떨쳐버리고 햄버거 장수로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있으며,어머니에게는 가족의 부양에 대한 책임감,친구에게는 기대하지 않았던 순진함,마약중독자에게는 아름다움에 대한 놀라운 식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사람들은 멋대로 사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자유로움과 용기,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교활한 말을 하기 위한 자기자랑의 영화였다.

 지나친 상업성만큼이나 역겨운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미국사람들의 심금을 얼마나울렸는지 모르지만 올해 아카데미상 5개부문을 휩쓸었다.그들이 만들고 그들이 보고 그들이 상을 주고 받았으니 “잘들 놀고 있군”하고 지나치고 싶지만 그게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상이 된 후 서울에서는 관객이 2배로 늘었다는 소식이다.영화의 내용이나 제작기법보다 그것을 상품화하는 그들의 실력이 놀랍고 심지어 부럽기까지 하다.아카데미상은 시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이를 둘러싼 영상물이 전세계로 보급되며 포스터에는 어김없이 시상사실이 곁들여진다.심지어 노미네이트됐었다는 정도도 홍보거리다.

 아카데미상이나 다른 국제시상제도,심지어 노벨상같은 권위있는 상들도 자국의 이기주의로 물들었다는 비판을 받은지 오래다.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상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아쉽기만 할 뿐이다.

 광주사람들은 몇년전부터 비엔날레를 개최,올해로 3회째 접어들어 정착이 되는 것 같다.또 이들은 최근 컴퓨터게임대회의 열풍을 타고 ‘국제 게임 페스티벌’을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의 어느 곳보다 뛰어난 관광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우리 제주는 고작 숙박시설이나 식당을 지으면서 천혜의 경관을 야금야금 잠식하고만 있다.멋있는 국제 이벤트를 개최해 세계의 명작들이,또 뛰어난 고수들이 제주를 찾도록 할 방도는 없을까.해안변이나 중산간의 경관을 헤치며 덩그러니 들어서는 건축물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고대경·제2사회부장 대우>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