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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를 변화시킨 임진왜란문화사는 전쟁의 역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많은 국가들이 번영과 쇠퇴를 거듭하며 명멸(明滅)해 갔다. 그 국가들은 때로는 횃불같이 일시에 타오르다가도 침략자들에 의해서 순식간에 반딧불처럼 꺼져갔다. 전쟁의 본질이란 바로 이성적 인간들이 벌이는 광기(狂氣)의 축제다. 그곳에서 이성이라는 것은 사치와도 같다. 전쟁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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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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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배의 장점을 취하라배에 대한 고민은 조선의 해양방어체계를 강화하도록 하였다. 해양방어는 인접국, 특히 왜구들을 위한 경계 때문이었다. 든든한 해양방어를 위해서는 병선(兵船), 전투장비의 완벽함, 장졸(將卒)들의 정예(精銳)가 필요했다. 좋은 배의 특징은 빠르기와 견고함이다. 배의 빠르기는 신속하게 적선(敵船)의 후미(後尾)를 칠 수 있는 기동성의 잇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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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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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으로부터 배 한 척 선물받은 탐라 섬의 물길이 여러 갈래로 열릴수록 주변정세 또한 변화했다. 탐라는 주변국가와 통교(通交)를 위해 빈번한 사신의 발길과 토산물이 필요했다. 배에다 사신을 태우고 방물(方物)을 싣고 보내는 공헌(貢獻)은 화친(和親)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5세기경 탐라와 백제와의 관계는 단순한 교역 이상의 관계였다. 탐라는 국내 사정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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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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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문화의 전령배는 문명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다. 단지 바다를 건너기 위한 도구로서만 배를 설명할 수는 없다. 비록 작은 한 척의 배가 생필품을 싣고 오고 가더라도, 그것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문명의 교호관계를 설명할 수 있고, 문화의 같음과 다름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배에 실어온 외부 문명의 결과들은 그리 쉽사리 단기간에 정착되지는 않는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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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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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잠녀 잠녀는 조선후기 진상할 전복을 따던 포작인의 대역을 물려받았다. 잠녀의 수가 늘면서 제주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18세기 초 900명 미만이었던 잠녀의 수는 점점 늘어 20세기 초가 되면 1만5000명을 헤아렸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잠녀의 숫자는 계속 늘어났고, 물질의 범위도 한반도, 일본, 러시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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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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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잠녀, 제주 포작인의 딸?잠녀는 제주도만 있는가? 일본인 학자 마수다 이치지는 조선반도(육지)에는 잠녀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육지의 여자들은 집안 살림만 하기 때문에 비활동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잠녀는 제주만이 갖는 독자적인 지역성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제주의 잠녀와 같은 나체잠수어업(裸體潛嫂漁業)에 종사하는 것은 희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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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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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녀를 보는 유배인의 시선 제주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제주에 온 유배인의 역사를 이해해야만 한다. 사방이 물로 막힌 섬이라는 조건 때문에 유형지(流刑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제주도는 언제나 두 개의 시선이 존재했다. 그 두 개의 시선이란 다름 아닌 유배인과 관리들의 시선이다. 한때 유배인이나 관리들은 동일 선상에서 지배계급에 속한 인물들이었다. 이런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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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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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8년, 물질의 리얼리티1748년 1월 10일 영조 임금은 제주목사였던 동부승지(同副承旨) 한억증(韓億增)을 흥정당(興政堂)으로 불렀다. 영조: 고(故) 참판(參判) 심성희(沈聖希)가 제주 어사(御使)로 있을 적에 전복 따는 폐단을 아주 상세하게 고하였다. 한억증: 잠녀(潛女)들이 전복 따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로서 그 폐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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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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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물질의 시작생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자연 자체를 변화시키는 무엇인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노동이었다. 인간 진화의 비밀이자 이 세계의 변혁적 수단인 노동은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게 했다. 또한 인간 자신에게 남아있는 자연적 속성들 즉 천성(天性)마저 스스로 자신의 노동을 통해 변화시켰다.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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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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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녀의 직능을 왜곡시킨 해녀라는 정명해녀(海女)라는 말로 제주의 잠녀(潛女)들을 부른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지금도 잠녀들은 해녀라는 말보다 '잠녀'라는 말을 많이 쓰며 자신들이 운영하는 해산물 식당을 일러 '좀여의 집'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고 있다. 잠녀들에게는 해녀라는 말이 낯설기만 하다. '해녀'라는 말이 관제문화(官制文化)가 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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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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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늘 나를 안아 주었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럴 걸세. 그래도 내 몸에 탐라의 흙냄새가 남아있는 건 저놈의 산 때문 일거야. 내 기억의 산, 허나 그 산은 나를 기억할 리가 없지. 그건 상관없어. 내가 그 기억을 떼어 가면 되니까. 오늘은 그믐이라 소금에 절일 달도 없네. 마파람부니 초목도 힘이 없고 물살도 숨죽이네. 뭐, 내가 생각나거든 언제라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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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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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포작인의 수적설(水賊說)어떤 사회라도 사회의 룰은 지배층이 정한다. 그것은 법이라는 형식으로 공포되는 순간 합법이 된다. 그러나 그 합법 속에는 당연히 지배계급의 통치이데올로기가 들어 있고, 그 통치이데올로기의 모순이 커질수록 민중의 저항은 다각도로 나타난다. 하지만 민중의 저항은 통치자 입장에서 보면, 범죄가 된다. 민중들이 부역(賦役)과 조세(租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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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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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군을 피해 도망가는 포작인 포작인(鮑作人)들의 걱정거리는 사공과 격군(格軍)에 강제 동원되는 요역이었다. 격군에게 처음 직(職)을 준 것은 정종 1년(1399년) 때였다. 비록 격군이 직책상 소금을 만드는 염간(鹽干)보다는 천하지 않다고 하나 목숨을 거는 일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고, 조선시대 어떤 신공(身貢)보다도 사공과 격군은 최고의 위험 부담을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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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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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은 최소한의 저항어떤 사회를 막론하고 계급간의 대립은 있어왔다. 사회구성체 자체가 계급의 공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 사회구성체 내에서 피지배 계급의 삶을 결정하는 제도는 곧 계급의 통제장치가 되기 때문에 계급의 이해 대립은 커져간다. 설령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잠재하게 되며, 적어도 어떤 기폭점이 있기까지는 폭풍 전야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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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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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작인(鮑作人)은 누구인가C. 라이트 밀즈(Charles Wrijht Mills)는 사고(思考)는 하고 관찰(觀察)하지 않거나 관찰은 하고 사고하지 않는 연구의 방법을 경계했다. 그는 진정한 사회의 연구는 이론과 방법을 활용한 '기예(craft)의 실천'이며, 필요하다면 초역사적인 구성을 하고 역사 하부의 사소한 사실까지 탐구하라고 하면서 진정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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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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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건은 바다를 밭으로 보게 했다 과거의 토지는 소위 기름진 땅일수록 부(富)의 척도가 되었다. 즉, 경작지의 비옥도에 따라 땅이 평가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토지는 비옥도보다는 위치나 장소를 기준으로 가치를 따진다. 토지가 거칠거나 돌밭이라는 이유와 상관없이 그 땅이 어느 곳에 있느냐가 가치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농사를 중요시하던 시대에는 곡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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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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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중해론에서 최근 동아시아 세계론으로까지 확장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한 재평가는 한반도 고대, 중세사회의 역사를 다시 보게 한다. 특히 이런 배경은 중국의 동북공정이후 고구려 문화를 한국 문화의 중심축으로 세우고자하는 자각 때문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제주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한 변화이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면서 특별자치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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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