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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은 화산이 만든 '종합작품'이다. '불의 고리'는 저 멀리 한반도의 백두산과 울릉도·독도, 그리고 한라산으로 이어지는 화산대를 만들었다. 무심결에 한라산만의 화산을 생각하는 동안 우리는 그 한라산이 태평양 화산대에서 과히 멀지않은 곳에 위치함을 잠시 잊는다. 화산은 지질을 바꾸고 섬을 만들며 침강된 섬에서 산호가 자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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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9.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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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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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8.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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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나 정글·북극·남극 등은 나에게는 모두 낯선 곳이다…그리고 북극점 마라톤은 극단적인 경험이었고 극단적인 행복이었다. 먼 훗날 지금의 방황은 내 인생의 오아시스가 되어 있을 것이다." 벌써 고통의 순간을 맛보았고, 행복의 순간을 맛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내. 올해 서른다섯 오지 마라토너 안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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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8.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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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도 않고 고운 물빛, 미역바당, 감태바당 손만 닿으면 맘대로 건져올릴 수 있었던 바다. 제주바다와 꼭 닮았다. 잠깐 잊을까 싶으면 떠오르는 이름. 이제는 전혀 고독하지 않은, 동해의 고독한 섬 독도. 그랬다. 걸핏하면 건드리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되레 갈매기까지 귀가 아픈 그 섬. 독도 영유권 문제는 이제 신선하지가 않지만 지나칠 수도 없다. 왕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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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8.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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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쪽의 알만한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말한다. '걸어다니는 한국영화사 사전'이라고. 한국 영화평론계의 1.5세대. 불모의 영화비평 분야를 대중적으로 끌어올린 사람, 영화감독, 배우, 한국영화사 줄줄 꿴다. 그 빼어난 기억력이나 자료수집량 또한 입이 벌어진다. 언젠가 내가 1946년 「신천지」에 실린 이재수난에 대한 시나리오 '봉화'를 발굴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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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8.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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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흔 한 살 제주도 이순인 할머니. 반농반어의 울퉁불퉁 삶도 거쳐왔다. 머리맡에 놓인 염주. 그녀는 늘 부처님께 기도한다. 장수노인 시대가 됐지만 건강한 노년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큰 키에 꼿꼿한 허리, 빠른 동작, 명랑한 목소리, 저 어디가 아흔을 넘겼다할 것인가. 소녀같다. 쾌활한 노년 이순인. 그녀는 아들 딸 모두 독립한 옛집에서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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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7.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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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마도 이 불볕 속에서 현장에서 주워온 날것의 언어들과 오래도록 대화를 할 모양이다. 혼신을 다하고 있는 그 작업, 「제주어문화사전」에 그는 필생을 걸고 있다. 제주어 연구자 강영봉. 올 연말 탈고를 앞둔 이 사전작업은 벌써 200자 원고지 1만장을 넘어선다는 소문이 들린다. 과연 어떤 사전일까? 궁금했다. 그의 저장고가. 깨알같은 사전작업은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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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7.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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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 한국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가 스민 매우 중요한 마을. 그래서 할 말이 참 많은 마을. 이곳 하모리에서 그는 오래 살고 있다. 대정역사문화연구회 회장 양신하. 해마다 음력 칠월칠석이 돌아오면 스멀거리는 기억의 상처가 떠오르는 백조일손 고문이기도 한 사람. 그에게는 광범위한 4·3의 가족사가 흐르고 있다. 이제 칠순. 물론 그보다 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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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7.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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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리 한우덜 보십서. 잘 생겻수게. 저는 소들이 우리 사람들보다 더 영리허덴 생각해져마씀. 주인을 잘 알고 주인이 신경질난 것 알민 소들이 판단해부러마씀. 고함만 질러도 눈이 번쩍입주. 주인이 왜 신경질을 내코 허는거라마씀." 쇠테우리 58년. 그만하면 부릉아! 네 맘을 알겠다. 평생 소와 함께 산 인생이다. 알바매기 오름자락,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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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7.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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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책을 건넸다.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요시다 타로 지음, 안철환 옮김). 쿠바의 유기농 혁명을 두고 '인류역사의 최대 실험'이라고 했던가. 묻지않아도 그의 요즘 관심사를 읽게한다. 뜻밖이었다. 상심하고 있을 줄 알았다. 여성농민회 출신 17대국회의원.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출마, 18대 국회의 문턱에서 좌절해야했던 제주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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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6.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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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흐르는 강물처럼, 때로는 속까지 뒤집으며 하늘 향해 요동치는 파도처럼 소리친다. 꽹과리 소리하나에, 훑어내는 비나리에 그저 가슴이 열리고 닫힌다. 우리시대가 인정하는 꽹과리와 비나리의 명인 이광수. 그 작은 꽹과리의 육신은 그만의 타법 안에서 휘몰아치는 삶의 비애와 기쁨을 모아내는 소리를 낸다. 그냥 두드린다고 저런 천둥소리가 나오는가. 그게 꽹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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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6.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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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시기부터 조선문학에 빠졌다. 일본 문학평론가 오무라 마스오. 그는 1996년 제주소설가들의 작품을 모은 「제주도문학선」을 번역, 일본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일본 학자이다. 그의 조력자이기도한 부인 아키코씨와 함께 최근 제주에 온 그는 제주시인들을 만났다. 그가 10여년간 꿈꿔온 제주시선집 발간을 위해서였다. 와세다대 교수시절부터 쏟았던 제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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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6.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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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말타고 달리는 일을 그보다 잘할 수 없다했다. 올해 여든하나. 자연의 나이테를 꽤 두른 그이지만 아직도 쌩쌩 현역이다. "저 경마장 생기기전에 아버지가 말을 잘 탔지만 하도리 고태오라면 말 잘 타고, 말 잘 보는 사람이랜 헤낫주." 말에 대해선 정말 자신 있다는 사람. 나름의 생존철학으로 시작했던 말테우리. 이제는 사라지는 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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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6.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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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객석의 뒷자리에서 조용히 딸의 연주를 지켜보았다. 13년 전의 독주회에 이은 고향에서의 두 번째 독주회였다. 재독 피아니스트 한가야. 그가 이파리마다 그렁그렁 초록물이 뚝 떨어질 것만같은 이 계절에 부모와 함께 제주를 찾았다. 지난 21일 제주피아노학회가 마련해준 한라아트홀 무대였다. 그는 늘 그립고 애틋하던 고향 앞에 그의 음악을 기꺼이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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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5.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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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그 삶을 '질풍노도'라고 해도 좋았다. 이 울퉁불퉁한 역사의 벌판을 거칠 것 없이 달려왔다. 통일운동가, 민주투사, 인권운동가, 농민·빈민운동가, 환경운동가, 민족생활의학자. 그를 부르는 이 수식어는 그의 이력을 뚫고 지난다. 분단시대의 상처를 안고 운동가의 삶에 뛰어들어 수차례 옥살이도 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통일을 염원하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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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5.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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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그에게 인연 깊은 땅. 조선시대 제주 관찰사로 왔던 「남사록」의 저자 청음 김상헌은 그의 11대조. 조상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가 다시 학인들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주역강독을 마무리하고 30명의 제자들에 대한 호송식을 하러 제주에 온 대산을 만났다. 동방문화진흥회 제주지부 소학당 강독실에서였다. 그가 가는 주역의 길에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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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5.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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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마다 4·3이면 일본에서 행사를 치르느라 자신의 사업까지 손을 놓는다. 행사 기획하랴 기금 모으랴 뛰어다닌다. 조동현. 그는 지난 4월19일과 21·22일 있었던 오사카와 도쿄에서의 4·3 60주년 행사기간 내내 어깨위에 무거운 가방을 모시고 다녔다. 일본의 친구들, 재일동포들이 1만엔에서 10만엔까지 보태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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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5.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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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자연과 삶의 모습까지 너무나 닮아서일까. 어떤 이는 제주도에 온 듯한 착각을 갖기도 했다는 섬. 그 섬의 지역사 연구가이며 동아시아 소외 여성들의 역사를 연구하는 아라카키 야스코. 그는 제주도에 매혹당한 사람이다. 제주도가 오키나와처럼 정감 있는 섬이며, 그 곳처럼 아픈 역사를 배태한 곳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는 거기서 제주를 사랑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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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4.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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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제주도. 전쟁이 나에게 준 큰 선물이예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목소리의 카리스마. 육십을 넘기고도 무대에서 더 빛나는 눈빛. 연극배우 박정자. 제주도는 그 무대의 시작이었다. 한국전쟁 시기 1년 6개월을 살았던 섬. 그 가여웠던 제주시절에 그는 제주동초등학교를 다녔다. 추억떠올리기를 좋아한다는 그와 그의 세 언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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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4.1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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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이 만난 사람 “밀라이의 아이들을 통해서 희망을 봤죠” 베트남 시인 탄타오 탄타오 시인은 누구 본명은 호탄꽁.(Ho, Tanng Cong). 1946년 베트남 중부 꽝아이성에서 출생. 1968년 하노이대학 문학과 졸업. 베트남전쟁 당시 호치민 루트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사이공의 구찌터널을 중심으로 한 민족해방전선에 문예전사로 참전했다. 베트남 중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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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2008.04.10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