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죄가 될 수 있다. 7년 전 필자가 법관으로 재직 중 다루었던 사건이 생각난다. 순진한 총각 선생과 여중생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총각선생은 어릴 때부터 계모 밑에서 자라 내성적이어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순진한 22세 총각 선생이 여중학교에 부임하니 단연 인기였다. 그 중에 공부만 빼고 다른 분야에서 짱 인 여학생이 총각선생을 좋아하였다. 그 여중생은 다른 과목은 꼴찌인데, 총각선생이 담당하는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였다. 그러자 총각선생이 자기 과목만 공부하지 말고 다른 과목도 공부하라고 하면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다. 총각선생이 살고 있던 원룸에까지 가서 공부하곤 하였는데, 둘이 함께 같은 방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보니 넘어선 안 될 선까지 넘고 말았다. 둘은 몰래 사랑을 하였고, 결국 여중생 부모까지 의심을 갖게 되었다. 여중생 부모는 여중생을 학교까지 태워가고 태워왔고, 일체 외출도 못하게 하였다.

방학이 다가오자, 여중생 부모는 총각선생과 자기 딸을 떨어지게 하기 위하여 딸을 시골의 친척집으로 보내려 하였다. 그러자 서로 헤어질 수 없었던 총각선생과 여중생은 함께 도망을 치고 말았다. 부모가 총각선생을 경찰에 고소하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총각선행과 여중생은 몇 달간 깨가 쏟아지게 살았다. 돈도 다 떨어져가고 조그만 가게를 하려고 준비하다보니 관공서와 은행을 드나들면서 각종 서류를 작성하였고, 결국 꼬리가 잡혀 경찰에 붙들렸다.

여중생 부모는 험한 표현까지 써가며 교사가 자기 딸을 강제로 범하여 납치하였다는 것이고, 여중생도 부모로부터 얼마나 시달렸던지, 자기는 싫었는데 선생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여 강제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총각선생은 둘이 서로 사랑하였고 여중생을 대학까지 공부시켜서 둘이 함께 살겠다고 진술하였고, 담임교사나 다른 동료 학생들은 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진술하였다.

검사는‘미성년자 간음’과‘미성년자 약취, 유인’으로 기소하였다.‘미성년자 간음’은 무죄가 아닌가 여겨졌고,‘미성년자 약취, 유인’은 둘이 서로 좋아서 함께 도망갔더라도 미성년자 부모의 허락이 없으면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유죄였다.

호기심 속에 첫 공판을 진행하였는데, 순진한 총각선생은‘미성년자 간음’까지도 일체 부인하지 않고 검사의 기소사실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현재도 여중생을 사랑하고 있고, 형을 살고 나오면 여중생을 대학까지 공부시켜 함께 살겠다고 하였다. 다만 여중생 가족들이 이사를 가버려서 합의를 보지 못하였으니 합의를 볼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그 무렵 필자가 사표를 내었는데, 나중에 담당판사에게 물어보니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하였다. 위와 같은 사건은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처벌의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고성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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