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지사는 지난 7월초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한달만에 서기관급 간부직원들을 거의 다 바꿨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오창무 감사관만은 그대로 두었다.

그 결과 오감사관은 김 도정 사정(司正)정국의 전면에 서게됐다. 공교롭게도 그를 감사관에 임명한 전임지사를 향해서이다. 그런 인간적 고뇌와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이다.

알다시피 오감사관은 우근민 도정때 최장수 공보관을 역임했다. 무려 3년가량이나 우 전지사의 ‘입’으로 우 도정 홍보에 적극 앞장섰다. 그래서 한때 국장 발탁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기생에 비해 서기관 승진이 너무 빨랐다”는 주변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그래서 우 전지사가 고심 끝에 내준 자리가 현재의 감사관이다. 대체로 감사와 인사 책임자는 지휘관의 측근들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그의 의중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오감사관이 이제 우 전 지사를 향해 사정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 지난달 실시한 체육회와 제주지방개발공사에 대한 특감이 신호탄이다. 우 전 지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이지만 그래도 그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악역을 했다고 한다. 당하는 쪽에서 보면 야속하다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세상 인심은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도 사람인지라 정실에 얽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오해를 사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인간의 정이란게 무 자르듯 단칼에 잘라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안면을 싹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선지 감사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수박 겉 핥기식에 그쳤다거나, 항간에 나도는 의혹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소신껏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도 있다. 과연 그럴까. 도민들로서는 정말로 금이 그것밖에 없어서 더 못 캤는지, 아니면 더 있어도 안 캤는지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만에 하나 후자로 밝혀진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도감사는 민원인의 탄원조사와 관련해 눈총을 받고 있다. 김 지사 취임 후 접수된 모 과장에 대한 탄원을 도가 유야무야로 처리했다가 민원인이 감사원에 부실감사를 지적하는 바람에 재감사를 벌이는 소동을 빚은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감사파트는 항상 냉철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사사로운 인정과 온정주의에 휩쓸린다면 도정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설령 감사가 아무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 해도 피감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생각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감사관은 가장 부담이 없는 공무원이 맡는 게 좋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매사에 신중하고 계획적인 김 지사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을텐데 왜 하필이면 오감사관에 ‘단절의 칼자루’를 맡겼는지 의문이다.

때때로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쓰고 자의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해에서 자유로우려면 공무원들은 전·현직 지사가 누구이건 간에 오로지 일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게 공복으로서 도민에 충성하는 길이다. 항상 미래를 지향하면서 현실에 더 열중해야 한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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