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도정이 출범한지도 벌써 6개월이 됐다. 그동안 김지사는 숨가쁘게 뛰어 다녔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성취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전임도정의 뒷치다꺼리 말고는 특별한 성과물이 잡히질 않는다. 독자적인 정책이나 사업도 추진되는게 없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참으로 김지사만큼 여론을 중시하는 지자체장도 드물 것이다. 사소한 정책도 혼자서 결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단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여론을 떠보는 수순을 밟을 때가 많다. 의회와의 협의절차도 빼놓지 않는다. 역시‘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파이다.

지난 반년도 그랬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그것도 모자라 모양 갖추는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소신껏 결단하고 뚝심있게 밀어부치는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무부지사 등에 대한 공모제와 인사청문회만 해도 그렇다. 여론을 의식한 모양갖추기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여미지 매입계획의 백지화도 같은 수법이다. 도가 매입을 결정하고 도의회가 의결했던 사업계획을, 급조된 ‘대책위원회’가 뒤엎는다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 매입 타당성 여부를 떠나 스스로 공신력과 권위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정책결정에 있어서도 모양은 비슷하다. 지금 도정에는 계층구조개편을 비롯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명쾌한 결론없이 모양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계층구조 문제부터 들여다 보자. 도는 5개 혁신안에 대한 장단점 분석이 나오는대로 여론조사를 거쳐 최적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뚜렷한 도정목표도 밝히지 않은채 도민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 케이블카도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도 가타부타 없이 질질 끌고있다. 도가 결정을 주도해야 하는데도 환경부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내국인 카지노문제에 대해서도 어영부영이다. 도내 카지노 업체들이 사활을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강건너 불보듯 하고있다. 이렇게 김도정은 현안마다 모두 ‘세월이 약’이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김도정 6개월은 나름대로 순항하고 있는 편이다. 거센 풍파와 역풍도 잘 비켜가고 있다. 또 공분을 자아낼만한 실정(失政)도 없는게 사실이다. 여론을 중시하고 독선과 오만을 부리지 않은 결과이다. 그런측면에서 도정현안을 여론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을 나무랄수만 없는 일이다. 오히려 권장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양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행정력 낭비이다. 경쟁대상인 다른 자치단체들은 과감히 치고 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움켜쥐고만 있어야 되는가. 스스로 결단할수 있는 사안들마저도 여론의 눈치 때문에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타이밍을 놓쳐 효과가 반감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화급을 다투는 도정현안들이 오래 표류하면 쓸모없는 논쟁이 확산돼 에너지 소모만 커진다. 도민대통합과 지역경제살리기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자칫하다간 도민사회 분열과 갈등을 유발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끊고 맺음을 분명히 해야한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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