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호가 출항한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난항중이다. 모든 엔진과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도민역량이 하나로 결집되지 않는데도 원인이 있다.
국제자유도시의 목표는 21세기 동북아의 허브이다. 한마디로 쾌적한 환경 속에서 모두가 고루 잘사는 복지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제자유도시호는 지금 망망대해 한가운데 멈춰서 있다. 좌우로 흔들리며 표류하고 있다. 갈길은 바쁜데 토론과 논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한번 뒤를 되돌아 보라. 과연 지금까지 무엇을 이뤄냈는가. 뒤늦게 출항한 인천과 부산등 다른 광역단체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나가는데 제주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뭐하나 속시원히 잘 풀리는 것도 없다. 국제자유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외자유치만해도 그렇다. 구호만 요란할뿐 실적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7대 선도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쇼핑아울렛은 갈등과 상처를 안은채 중단됐다. 현안과제인 행정계층개편도 줄다리기만 벌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도민사회는 지방선거에 따른 갈등과 대립으로 어수선하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에 터 잡은 그릇된 아집과 편견이 팽배하다.
여기에는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합의를 도출해 역할을 분담하고 실천하는 중심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공이 많아지는 것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언론들이 현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 뭐가 뭔지 헷갈릴 정도이다.
사공이 많이 나오는 것은 선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항해에 나선 선장이 확고한 의지와 방향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너도 나도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 배가 어디로 갈지는 말을 안해도 짐작이 갈 터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냥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다시 일어나 힘차게 뛰어야 한다.
제주호의 순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의 총체적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게 중요하다. 제주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은 도민의 결집된 저력이다.
제주의 도세는 매우 빈약하다. 전국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음으로 서로 똘똘 뭉쳐도 세파를 견뎌내기 힘든판에 우리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제주공동체 건설에 다함께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의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우리만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사고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려지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변화와 개혁을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예외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여태껏 제주는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의 경쟁력은 갈등과 대립이 아닌 이해와 협력을 통해서만 확보할수 있다. 질시와 반목과 불신을 털어내고 합리성과 정당성을 토대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1백만 내외도민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리하여 힘차게 다시 달려보자. <진성범ㆍ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