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주 서귀포시장이 지난주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무관심과 무성의에서 빚어진 ‘결식아동 부실도시락 파문’이 연일 전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감사원 감사와 경찰수사로까지 이어져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웬만해서는 몸을 도사리지 않는 소신파이다. 최근의 신시가지 이마트 진출에 따른 마찰 등도 그런 스타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부실도시락 파동에 대해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 정치권까지 뒤흔들만큼 사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처음 인터넷에 올려진 결식아동들의 싸늘한 도시락은 전국민의 마음을 마구 들쑤셔 놓았다.

특히 네티즌들의 분노와 항의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형편이 어려워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저런 도시락을 줄수가 있나”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

이에 강 시장은 곧바로 몸을 낮추고 진화작업에 나서는 순발력을 보였다. 공식사과와 함께 담당과장을 직위해제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파문은 갈수록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래서 급기야는 두번째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그는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사회복지의 모범 선진도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 시장이 시민도 아닌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과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강 시장은 그것도 모자라 두툼한 점퍼를 걸쳐입고 직접 도시락 배달에 나서기도 했다. 배달료 450원을 절약해 음식질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식단은 한결 나아졌지만 왜 진작부터 이러지 못했을까.

이같은 ‘사후 약방문’식 대응에도 부실도시락 파문은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군산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회와 정부차원의 진상조사까지 벌어졌지만 어린이들의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있다.

따지고보면 이번 부실도시락 파동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터지지만 않았을뿐 다른 지역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전무하다고 장담할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올 겨울방학부터 갑자기 아동급식대상을 종전보다 10배나 늘렸기 때문이다. 담당직원과 예산을 그대로 둔채 지원대상만 부풀려놓았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리 없는 것이다. 무사안일과 생색내기식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결식아동의 급식문제에 대한 당국과 사회적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실 2500원짜리 도시락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있어서는 영양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그것도 배달료와 조리비등을 빼고 나면 1400원밖에 남지 않는다는데 그것으로 어떻게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의 허기를 채울수 있겠는가.

정부는 말하기 좋다고 부대비용을 20% 이하로 해야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지키기가 어렵다. 공무원들이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도 임시방편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와 여당은 지난주말 긴급당정회의를 갖고 도시락값을 연차적으로 4000원까지 올리기로 합의했다. 커피 한잔값도 안되는 2500원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일회성 축제에는 수억원씩 쏟아부으면서 결식아동 지원에는 왜 이렇게들 인색한지 모르겠다. <진성범ㆍ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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