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인사가 점차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번 도 인사는 김 도정 출범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도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공평무사한 혁신적 인사를 기대해본다.

사실 인사에 관한한 김태환지사는 ‘칼’이다. 다른 유순한 행정스타일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의 조직장악력은 인사권에서 비롯될만큼 매우 예리하다. 평소 큰 소리를 잘 치지않으면서도 인사권 하나로 조직을 주무르는 타입이다. 누구보다도 인사의 힘과 묘미를 잘 터득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권자로서 그는 참으로 행운아이다. 가는 곳마다 인사풍년이기 때문이다. 제주시장 때도 승진인사를 많이 단행한 편이다. 도지사로 취임하고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7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크고 작은 인사를 여러차례 단행했다.

그의 인사는 여론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가급적 잡음과 뒷말이 나지않도록 원만한 인사를 지향한다. 그러다보니 대체적으로 연공서열 위주의 맥빠진 인사로 흐를때가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런 그가 민선2기 첫 제주시장 시절에는 의외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40대 중반의 사무관 초년생을 일약 서기관 국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에따라 제주시청은 서열파괴로 한때 극심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렇게 김지사는 측근들을 챙기는데도 철저하다. 도지사로 자리를 옮기자 마자 함께 근무했던 부시장과 도시건설국장을 상위직급 자리로 한꺼번에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들의 서열이나 능력으로 볼 때 부당한 인사라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김지사가 있었기에 승진이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김지사는 측근이라고 해서 모두 편애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누가 되는 직원들에게는 더 이상 눈길을 주지않는다. 자신에 대한 충성심 보다도 향후 효용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이다. 그러다보니 그의 측근들 중에는 노쇠한 고참보다 혈기왕성한 ‘젊은피’들이 주로 포진돼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그들이 대거 발탁될 것이란 소문이 벌써부터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논공행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선거에서 자신을 많이 도왔다고 해서 무조건 발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를 더 따진다는게 중론이다. 그래서 토사구팽 당한 공무원들사이에서는 ‘신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는 불만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인사는 논공행상 보다도 내년 선거에 대비한 친정체제 구축에 더욱 비중을 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도정에서도 지역안배란 명분을 내세워 다음 선거를 의식한 제사람 심기식 인사가 많아왔기에 더욱 그런 모양이다.

흔히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인사철만 되면 회자되는 금과옥조이다. 김도정은 이번 인사를 통해 성실하고 능력있는 공무원을 적극 발탁하는데 힘써야 한다. 잘된 인사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아니라 행정의 효율성을 드높일수 있다.

반면에 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으로 인한 폐해는 많은 후유증을 몰고오게 된다. 또 인사잡음은 단순히 조직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높다. 도민사회가 이번 인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이다. <진성범·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