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인사에서도 제주는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다른 지역에선 개천에서 용났다고 야단들인데 제주는 아직도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말하나 마나다.

최근 경향신문은 청와대와 국정원을 포함한 37개 정부부처 장·차관 및 주요 실·국장 222개 요직에 대해 출신지역등을 분석, 보도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제주출신은 전혀 눈에 띄지않았다. 아무리 눈을 씻고 둘러보고 또 보아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도 제주에는 쓸만한 인재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도세가 약하거나 연줄이 없어서인가.
하지만 아무리 도세가 빈약하다해도 인구는 전국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그만한 몫은 배정돼야 마땅하다.

또한 인재는 인구비례로만 나타나는게 아니다. 제주사람들이 똑똑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대입 학력고사 등에서 제주고교생들은 전국수석을 여러번 석권한바 있다. 사법고시등 각종 고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때도 많았다. 뿐만아니다. 정계나 재계 법조계 학계 등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제주사람들은 정부인사때마다 홀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후 숱하게 이어져온 각료인사에서 제주인은 늘 그늘에 가려져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50여년이 흘러오는 동안 장관에 기용된 제주인은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정말로 왜 그럴까. 굳이 따진다면 ‘빽’이 없기 때문이다. 지연과 학연을 연결고리로 하는 우리의 정치문화에서는 능력보다도 인맥이 더 중요한데 제주인들은 그런 연줄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만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제주지역에는 지역현안을 함께 해결할 중심축이 없다. 지역의 노·장·청은 연대하지 못한채 제각각이다. 그래서 세대간 계층간 부문간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민·관·정·산·학도 따로 놀기는 마찬가지이다. 제주사회에 질시와 반목과 불신이 팽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내부결속이 이뤄지지 않을 때 외부의 홀대는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90년대초 제주부지사를 지낸 이모씨는 당시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경상도와 같은 다른 지역은 도민의 단결된 힘으로 대 정부로비를 벌인다. 심지어 정부인사때는 지역유지들이 ‘위원회’까지 만들어 기관장들의 승진운동을 적극 펴기도 한다. 그러나 제주는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저희들끼리 아옹다옹하고 있으니 앞날이 걱정된다” 관선 우근민지사에 이어 신구범지사 때까지 부지사로 역임한 그의 이같은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속담에 ‘갈치가 갈치 꼴랭이 끊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도민들은 중앙에서 내려오는 기관장이나 인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제주사람이 요직에 있으면 자질구레한 것까지 물고 늘어질 때가 많다. 거기에는‘사촌이 밭을 사면 배가 아픈’질시와 시기심이 깔려있는 것이다.

사실 제주지역의 무고행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툭하면 고소하고 투서질이다. 인재의 싹을 키우려는 의지와 노력도 없다. 이런 풍토에서 과연 용이 날수 있겠는가. 차라리 지역패권주의가 부럽다.
<진성범, 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