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했던 진철훈후보가 금의환향(?)했다. 차관급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에 취임한 것이다. 첫 제주출신에다 도시계획전문가란 점에서 기대가 자못 크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더욱 쏠리고 있다.

신임 진이사장은 주로 서울특별시에서 공직생활을 해온 관료출신이다. 지난 78년 기술고시에 합격하면서 서울광역시에 입성했다. 신청사 기획단장과 상암월드컵경기장 건설단장 도시계획국장 주택국장등을 역임했다. 그가 9대1이라는 치열한 공개경쟁을 뚫고 제3대 이사장에 선임된 것도 이런 경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6·5 도지사 재선거에서 여당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그런 점에서 김태환지사와는 정치적 라이벌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개발센터 이사장 선임에 앞서 제주도가 이례적으로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에 진후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알다시피 제주도와 개발센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때문에 김도정으로서는 진이사장의 취임을 반길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지붕 두가족 살림으로 인한 갈등과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민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우려가 나오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지사와 진이사장이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두 기관이 서로 손발이 맞지 않거나 따로 놀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나친 기우일지 모르나 만의 하나 그리 된다면 정말로 불행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출항의 닻을 올린지 4년째로 접어들고 있건만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11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이미 지난 3년간은 하는 일없이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금년에도 개발센터에 배정된 정부출연금은 3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장 7대 선도프로젝트에만도 3조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도와 개발센터는 서로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된다. 항상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공동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제자유도시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수가 없다.

지금 개발센터에는 당장 풀어야할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쇼핑아울렛과 첨단과학기술단지등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어느때보다 신임 진이사장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진이사장은 정치에 한눈 팔지 말고 오로지 국제자유도시 건설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특히 국가차원에서 지원해야할 핵심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추진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자치단체장들처럼 표심을 잡기위해 경조사에 쫓아다닐게 아니라, 국내외 민자유치를 위해 중앙으로 뛰어야 한다. 그게 곧 항간의 구구한 억측을 잠재우는 길이기도 하다.

개발센터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따라서 진이사장이 임기를 지키려면 내년 도지사 출마의 꿈을 접어야 한다.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도중하차도 마찬가지이다. 하긴 김지사도 제주시장 임기의 절반을 버리고 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허나 공직자의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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