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제주도 국제자문대사로 부임했던 박모대사가 1년의 임기를 마치고 소리없이 외교통상부로 복귀했다.연장 근무도 가능하지만 그는 대사 본연의 임무인 외국에 근무하고 싶어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그러나 도청주변에서는 제주도의 풍토가 그를 떠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국제자문대사를 최초로 받아들이면서 국제자유도시추진기획단장을 맡겼다.박대사는 그러나 이유야 어디에 있던 단장직에서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그는 또 기획단장 재임기간중 도의회에서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제주도가 근무복으로 착용을 권장한 남방을 입고 도의회에 출석했다가 도의원들로부터 정장을 입지 않았다며 질타를 당한 것이다.당시 업무적인 문제가 아닌 복장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은 일종의 텃새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도청내 공무원들의 분위기도 호의적이지만은 않았음은 물론이다.

 어쨋거나 국제자문대사의 도입은 일단 투자에 비해 성과물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물론 당사자가 이같은 환경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면 할말은 없어진다.그러나 섬 특유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풍토가 그를 떠나게 만들었다면 분명 문제다.도민의 세금으로 관사까지 제공해주면서 제주도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는 사람만 더 늘어나게 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자부등 중앙부처에서도 제주도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풍토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이 때문에 관선시대부터 고위 공직자들이 제주도 근무를 꺼리는 인식이 만연됐다고 한다.여기에다 민간인들도 툭하면 중앙에다 대고 특정인을 흔들어대는 처사가 비일비재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제주는 이제 싫든 좋든 세계 속의 일원으로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당장 국제자유도시라는 새로운 개념의 개발전략이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도민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더 이상 변방에 머물러 있지 않게끔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도민 의식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고루하고 고립된 인식체계로는 영원한 낙오자일 수 밖에 없다.앞서 한 국제자문대사의 이야기는 한 예에 지나지 않지만 도민의식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이제 도민의식을 좀 더 개방적이고 개혁적으로 바꾸자.단언컨대 인식변화가 도민의 정체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지금과 같은 배타적이고 폐쇄된 인식으로는 더 이상 제주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윤정웅·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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