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기지비용 12조원 미군은 3조원도 안돼

 

   
 
  ▲ 대추리와 도두2리 주민들이 집 앞에 내건 '미국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집' 문패  
 
지난 5월 행정대집행이란 말의 뜻을 알려준 경기도 평택의 팽성읍 대추리.
공권력에 의해 대추분교가 무너지고 주민을 강제퇴거시키려는 정부와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는 주민간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일명 강제철거법으로 불리는 행정대집행이란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을 때 법원 대신 해당 행정청이 직접 혹은 타인을 고용해 철거하는 것을 말한다.

군병력까지 투입되면서 일부에서는 광주 5.18 이후 군병력이 처음 출동한 것 아니냐며 평택의 상황을 제2의 5.18에 비유하기도 한다.

군은 이달 중순과 8월중에 용역업체를 동원해 미군기지 이전 터인 대추리와 도두2리의 빈집 철거를 비롯한 강제행정대집행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또 한차례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명숙 총리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말했듯 ‘자식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는 평택의 전쟁같은 현실을 한 발 뒤로 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지이전 비용에 대해 따져보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지난 2004년 국방부가 밝힌 이전비용은 용산 3조9571억원, LPP(연합토지관리계획) 9337억원, 2사단 5795억원 등 모두 5조4703억원 규모이며 새로 기지에 편입될 부지 매입비용과 용산기지 대체시설 건설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도 6조400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비용 대부분은 반환되는 미군기지 부지를 팔아 충당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기지이전에 대한 환경복구비용부담에 대한 논란에서 보여주듯 협상이 이뤄진 2004년과는 2006년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환경부가 밝힌 복구비용은 5000억원 수준. 기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에 대한 문제를 조목조목 꼬집는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2005년 한미연례안보회의 때 국방부가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한 뒤 기지를 반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강한 반발로 합의되지 않았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4일 제9차 한·미 SPI(안보정책구상회의)에서 우리정부가 매향리사격장 등 15개 미군기지를 반환받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지난 4월 주한미군이 토지반환을 위한 실행계획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사실상 협상은 끝났었고, 7차 협상 전 양측이 교환한 외교문서 중 비용목록에도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비용은 한국 측 부담이라고 적시돼 있었다”며 “협상팀이 국민과 대통령 국회를 속였다”고 정부 외교안보팀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을 보면 우리정부의 5000억원 비용부담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과 동시에 평택지원특별법을 제정, 18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평택지역개발계획도 밝혔다.

평택지원특별법에서 밝힌 18조원중 지원액수가 명시된 것은 △이주민 관련 특별지원금 300억원 △교육재정 지원 497억원 △국고보조금 인상 지원에 1년 100억원씩 등 모두 1000억원 정도다.

국제화계획지구 개발이나 평택항 투자확대 등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에 대해선 언급만 있지 실질 지원액에 대해선 명시돼 있지 않다. 또 경기도가 수립한 ‘평택시 장기종합발전계획’에선 모두 14조1313억원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고  이중 국비는 3조7860억원, 나머지는 도비와 시비, 민간자본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 행정자치부의 검토를 남겨놓고 있어 평택종합발전계획이 미확정 이긴 하나 정부의 재가를 받더라도 이는 새로운 부담이다.

   
 
  ▲ 매일 저녁7시면 대추리 주민들이 농협 창고에 모여 촛불 집회를 연다.<박민호 기자>  
 
평택기지에 대한 성토문제도 쟁점이다.
미군은 주한미2사단과 용산기지가 옮겨갈 평택기지 부지가 대부분 논밭지역이어서 홍수에 약해 평택지역 285만평 부지중 연병장은 2.6m, 건물이 들어설 지역은 3.3m를 높여달라고 공식요청했다. 주한미군은 성토비용을 5억5000만달러, 한국정부는 5000∼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비용에 앞서 그 많은 흙을 어디서 조달할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을 감안하면 기지이전비용은 당초 발표했던 비용의 2배인 무려 12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미군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2005년 5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입수해 공개한 미의회와 부시 대통령에 보고된 자료를 보면 미군측 부담 비용은 26억달러(2조7000억원) 규모다.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의 4분의1도 되지 않는다.

120여년 수도 서울 중심부에 외국부대가 주둔하는 역사를 청산하고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쾌거라던 한국정부의 자긍심 뒤엔 어떻게 충당될지도 모를 막대한 예산부담이 숨겨져 있다.

3중, 4중의 검문과 29㎞의 철조망으로 ‘육지위의 섬’으로 고립된 대추리와 도두2리엔 이제 110가구가 떠나고 100여가구만 남았다.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집’이란 문패를 내건 주민들에게 닥쳐올 강제철거, 이들에게 평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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