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김지훈 제주언론인클럽 회장

   
 
   
 
제민일보의 탄생은 새로운 언론을 추구하려는 하나의 몸부림이었다. 그 탄생 과정은 울분과 기쁨과 울음이 섞여 있다. 김지훈 제주언론인클럽 회장은 당시의 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제주 언론의 산증인이며, 제민일보의 역사와 함께 한 김지훈 회장을 만났다. 그는 도내에서는 기자 출신으로 언론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첫 인물로도 기록돼 있다. 그동안 언론 활동을 하며 지냈던 일을 들어봤다. 제민일보를 바라보며 ‘색깔이 사라졌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지난 16일 재흥건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도내 언론인들의 모임인 제주언론인클럽을 이끌면서, 재흥건설의 회장이라는 일도 하고 있다. 창간 얘기가 나올 때면 흥분된 어조로, 혹은 옛일을 회상하며 당시의 감흥을 되뇌기도 했다. 아마 그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기에 더 그런지 모르겠다.
그는 제주신문수호위원회를 이끌다가 제주참언론동지회의 회장을 맡으며 제민일보 창간의 주역이 된다. 1990년 2월 제민일보 설립 등기를 마치고, 3월말까지 도민주를 모집한 뒤 제민일보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다.
제민일보 창간 당시 110명을 넘던 식구 가운데 현재는 8명만이 회사에 몸담고 있다. 그만큼 세월은 흘렀다. 그래도 그는 안팎에서 변치않는 애정을 과시해왔다.

-오랜만입니다. 언론사 선배로, 한 때 모셨던 CEO로 이런 자리를 함께 해 줘 고맙습니다. 제민일보는 한국 언론사 가운데 첫 도민주로 탄생한 신문입니다. 제민일보 탄생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한번 짚어주시지요.
한겨레가 국민주로 탄생됐거든. 이후에 제민일보가 도민주로 발간을 신청하니까 이상하게 보더라구. ‘제주도에 한겨레신문 만들려고 그래요’ 그러더군. 그 때 ‘우리는 도민의 신문’임을 강조한 일이 생각나. 어쨌든 대단한 일이었지. 사실 도민주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측면이 강했어요.

-도민주 얘기가 나오니까 제 자신이 약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민들이 도와줬지만 도민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면 도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언론사가 되겠습니까.
현직에 있을 때 그걸 못한 게 한스러워. 당시 도민주는 기업의 투자보다는 진정한 언론을 키우겠다는 뜻에서의 지원이었지. 5만원에서부터 몇천만원, 1억원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에 대한 보답은 사실상 못했어요. 읍·면 단위로 돌아다니면서 도민주주를 모시고 정보를 교환하고, 신문 발전에 대한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걸 못했거든. 이제라도 신문사 입장에서 도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런 자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지역 언론이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언론사 기자로부터, 언론사 CEO를 지냈던 경험에 비춰 한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언론에서 수익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이나 할 수는 없거든. 공익적 냄새가 나야하고…. 그나마 최근에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게 돼 다행이라고 봐요. 언론사 CEO를 하면서도 자본과 언론의 분리가 가장 힘들었거든. 적자가 생기는 이유가 금융부채를 갚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돈’에만 너무 얽매여서는 안되지요. 어떻게 하면 자본과의 조화를 이끌어낼지가 가장 문제지. 언론은 늘 바른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잊어선 안됩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한말씀 듣고 싶습니다.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은 사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해군기지 등 양극화의 단면이 자주 거론됩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사회의 양극화는 언론이 방향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안되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어선 안돼. 밤낮 여론 수렴을 하다보면 오히려 골만 깊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도민화합위원회의 위원으로도 참가했지만 도민화합의 방향을 찾기가 무척 힘들더라고. 언론은 사회 갈등에 대한 방향을 잘 잡아주고, 도지사도 확고한 결정을 했으면 좋겠어요.

-애정만큼이나 제민일보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초대사장을 지냈지만 내가 취재 대상이 됐다는게 의외인걸. 배우고 한게 언론밖에는 없잖아요. 그런데 제민일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색깔이 없어. 예전과는 많이 달라. 다른 신문과 비슷해지기만 하는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분명한 색깔’을 내달라는 것. 하고 싶은 말은 그겁니다.

-제민일보에 몸담을 때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요. 가장 뜻깊었던 일을 소개해주시지요.
도민주로 탄생됐다고 한국기자상을 받은 일과 ‘4·3은 말한다’ 연재로 역시 한국기자상을 받았던 일이죠. 4·3 콘텐츠는 반드시 구축을 해야 해요. 미완으로 남은 4·3 문제를 제민일보가 해결해야 해요. 4·3은 제민일보의 자산이거든.

-지금도 제민일보에 종사하고 있다면 5000호를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봅니다. 만일 현직에 있다면 지령 5000호를 맞아 어떤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까.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됐군. 창간 때 도와준 도민들이 고마울 따름이지. 제민일보가 정말 어떻게 탄생한 신문인지를 간직하고 있으면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는지요. 도민 주주로서 한말씀 부탁합니다.
언론의 본질을 얘기하자면 ‘정론구현’과 ‘불편부당’을 빼놓아서는 안돼. 제민일보에 몸담으면서 늘 그랬으니까. 탄생 배경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와. ‘참언론’ 그것 밖에 더 있겠어? 귀결이 그것 같아. 주주입장에서는 기자들에게 공부를 더 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대담=김형훈 문화체육팀장

<주요 약력>
오현고·제주대 졸업
제주신문사 기자
한국기자협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신문 편집국장 대리
제민일보사 대표이사 사장
제민일보사 부회장
재흥건설㈜ 회장
제주언론인클럽 회장
송하언론상(1976년) 제주도문화상(1994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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