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인정할 줄 모르는 분위기탓…건전한 비판 실종
선거판 비방으로 얼룩
툭 하면 고소·고발 남발
소송도 조정보다 재판

제주 지역사회 갈등과 분열의 밑바탕에는 다른 사람을 인정치 않고 근거없이 비난하는 고질적인 풍토가 똬리를 틀고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은 못 봐주고 깎아 내리기 일쑤다. 사소한 다툼에도 합리적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법적 다툼까지 가는 도민성향은 무분별한 고소남발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전쟁 같은 선거는 도민사회 분열에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갈등과 분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선거판’이다.

제주교대는 지난 2004년 5월부터 교육부에 의해 총장이 임명된 2005년 12월까지 무려 1년6개월나 선거로 인한 파행을 겪었다.

후보가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선거가 이뤄졌으나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대립하며 교수들이 양쪽으로 갈렸다. 제주사회 최고의 지성인들이 양측을 서로 비난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학생들이 교수들을 향해 ‘이젠 그만하라’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학기초 제주대학교는 2개월동안 총장 공석 사태를 빚었다. 사태의 발단은 총장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사이버 비방사건 등 때문이었다. 결국 30대 2명이 검거된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서 뒤늦게 총장이 취임했다.

동시지방선거, 특히 우근민·신구범씨의 세 번에 걸친 ‘결전’을 비롯한 도지사 선거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그릇된 인식하에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는’식의 선거운동으로 지역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했다. 상대후보를 인정치 않고 적대적인 폭로·비방전속에 결과에도 승복치 않으면서 도민 갈등을 부추긴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도·시·군 의원선거 및 의장단 선거에서도 이같은 폭로나 비방·비난은 여지없이 나타났다. 지역 농·수협 조합장 선거때도 후보에 대한 비난·비방이 모습을 보이며 작은 지역사회를 분열시켰다. 선거만 있으면 수사의뢰나 고소가 이어졌다.

한편에선 ‘평화의 섬’제주가 무분별한 고소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올들어 9월말 현재 제주지검에 접수된 고소사건은 8367건이다. 처리된 사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1922건으로 24.4%에 불과하다. 미제사건을 제외하고 불기소 처분된 사건은 5627건으로 71.6%에 달했다. 타협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갈등 때문에 수사기관에 떠넘기는 꼴이다. 제주지역 사건중 고소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매해 2∼4% 높다. 고소의 남발은 고소인과 피고소인간에 치유할 수 없는 갈등을 양산한다.

우리와 유사한 법률문화를 가진 일본과 비교할 때 인구 10만명당 고소 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45배나 높다.
남을 인정치 않고 비난하는 풍토는 합의와 조정도 어렵게 한다.

제주지법 민사사건 담당 한 판사는 “소송 당사자 양측이 받아들일 만한 조정안도 당사자들간 갈등의 골이 깊다보니 재판을 통해 결론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제주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사람을 키울줄 모르고 비난하는 풍토 때문에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조금 ‘잘 나간다’싶으면 ‘뭔가 있어서 잘 나가겠지’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심지어 해당 회사나 대표에 대한 근거없는 ‘루머’ 때문에 사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침소봉대식 비판은 건전한 비판을 통한 대안모색 자체를 막는다.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참지 못하는 사회, 무엇이든 인정하려들지 않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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