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사회, 한미FTA와 군사기지, 특별자치도 등 산적한 제주 과제 해결 원해
제주특별자치도를 대한민국 '랜드마크'로

제주사회가 혼돈과 갈등 속에 빠졌다. 여기에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장기불황에 빠진 제주경제에 한미FTA 등 개방화 공세까지 이어지고, 해군기지로 촉발된 군사기지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제주사회의 갈등과 반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도민들은 정부의 인색한 지원과 반쪽자리 2단계 제도개선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이런 ‘절망’의 제주사회를 ‘희망’으로 바꿔줄 구원투수는 없는 것일까. 도민들은 그 해답을 차기 정부에서 찾고 있다. 제주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줄 구원투수, 제17대 대선 후보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군사기지 갈등 해법 찾기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가 ‘대선’이라면 제주의 최대 관심사는 ‘군사기지’다. 이런 점에서 도내 민심을 얻기 위해 유력 대선 후보마다 이런 저런 자신의 입장을 언급하지만 팽팽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민감한 문제인지라 똑 부러지는 대답보다 두리뭉실한 입장이 대부분이다.

제17대 대선을 200여일 앞둔 지금, 제주의 군사기지는 갈등과 반목의 연속, 그야말로 진행형이다. 찬반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건설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군사기지 문제는 해법 찾기 없이 사실상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또 해군기지와 함께 공군 전투기부대 배치 의혹, 도-국방부간 사전 양해각서 파문 등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민투표를 바라는 도민사회 의견이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내려진 해군기지 건설 동의 결정은 일반 도민과 종교계 인사들의 단식, 도내·외 시민·사회단체 반대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이 처리되는 시점이 참여정부 임기 말, 김태환 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 직전이란 점에서 차기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군사기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도민사회에 알리고, 군사기지 최종 결정 방식으로 주민투표를 택할 때 해군기지 여론조사 등으로 촉발된 지역사회 군사기지 갈등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미FTA ‘절망’을 ‘희망’으로
한미FTA 타결로 붕괴 위기에 놓인 제주농업도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제주의 과제다.

FTA 발효로 감귤산업의 15년차 누적피해액이 1조1262억원에 이르는 등 제주경제의 한 축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고 일반 밭작물과 축산분야의 피해도 불보 듯 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한미FTA 대응 제주 농축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3조3748억원의 투자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대로 그냥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세계화 파고를 넘어보겠다는 도와 농가들의 의지가 반영된 대책인 셈이다. 이런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한다는 소식은 도민사회에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실망해야 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3일 제주방문에서 “감귤지원을 직접 챙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도 도가 공식 요구한 경관보전직불제마저도 어렵다는 대답만 내놓는 등 기대 이하의 지원대책만 발표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제 도민사회는 한미FTA로 절망에 빠진 제주농업을 차기 정부가 희망으로 바꿔주길 기대하고 있다. 농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자치의 파라다이스, 동북아의 중심도시를 꿈꾸며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그러나 시행 1년에 대한 평가는 성과없이 과제만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여정부가 ‘홍가 프로젝트’라는 현란한 미수어구로 포장해 요란을 떨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도민사회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4개 자치 시·군까지 내준 성과라고 보기에는 기대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마데이라나 홍콩 특별행정구처럼 헌법으로 지위와 권한을 보장해주기는커녕 알맹이 빠진 2단계 제도개선과 제주의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핵심산업 부문도 정부가 간섭하고 통제하는 등 ‘무늬뿐인 특별자치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이나 제도 모든 부문에서 중앙정부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도민사회에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자치단체들이 지역의 세를 이용, 앞다퉈 특별자치도 따라하기에 나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선점효과마저 위협받고 있다.

차기 정부가 풀어야할 제주의 또 하나의 과제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헌법개정과 연계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 또는 자치입법권 확대를 위한 명확한 근거 마련과 함께 파격적인 권한 이양으로 제주를 진정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차기 정부의 몫이다.

이와 관련 도내 전문가들은 “도민들은 한미FTA와 군사기지, 특별자치도 추진 등 제주의 산적한 과제를 차기 정부가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유력 대선 주자들이 지역 현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도민사회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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