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원이다] <2부> 제주의 혼을 심는다 : 제주출신 탤런트 고두심씨

   
 
  ▲ 고두심씨는 김만덕기념사업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김만덕의 삶을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김만덕 쌀 천섬쌓기 행사'에 참여한 고두심씨.  
 
[사람이 자원이다] <2부> 제주의 혼을 심는다 : 제주출신 탤런트 고두심씨
지칠줄 모르는 열정 '제주여인'

‘한국의 어머니상’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국민배우’  고두심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설명들이다. 이제 그녀 나이 56세, 중년 이후에도 무대 안과 밖을 넘나들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적 삶은 ‘천상 제주여자’임을 느끼게 한다.

“대단하지 않아요? 김만덕 할망(할머니)의 삶을 보면 볼수록 너무나 훌륭하다, 용기있다란 생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지요”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김만덕 할망을 알리는데 누구보다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배우 고두심씨는 “김만덕은 19세기에 살았던 21세기 여성이었죠.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시절, ‘나는 기생의 양녀이지 천민이 아니다’며 기적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1796년 대흉년에 전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쌀 500섬을 사들여 제주도민을 살려내고, 정조가 김만덕의 선행을 듣고 소원을 묻자 ‘금강산에 가고 싶다’고 말할 만큼 김만덕 할망은 대단하다”며 만덕 할망의 삶에 왜 그토록 빠져들게 됐는지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 한국은행 고액권 화폐인물에서 김만덕 할망이 탈락한 것에 안타까움이 더할 줄 알았지만 그녀의 답은 달랐다.

그녀는 “김만덕을 알리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좀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만덕을 당장 화폐인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김만덕의 삶을 알려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난 7월 말 제주에서 ‘김만덕 쌀 천섬쌓기’ 행사를 하면서 제주도민들도 김만덕 할망에 대해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고 기뻐했다.

특히 그녀는 “행사가 치러진 날은 섭씨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에 교통통제가 이뤄져 짜증낼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행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도민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제주도민들이 김만덕 할망의 삶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김만덕기념사업회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도민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김만덕 할망에 대해 좀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됐던 인물이다. 신분의 한계, 제주라는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은 당대인물임에도 ‘제주만의 인물’로 갇혀지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김만덕을 미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는 얘기다. 도민들이 공감하는 김만덕에 대한 열정, 애정을 모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내는 게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기념사업회만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등 각계의 관심도 ‘필요한 것 아닌가’하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만덕알리기에 나서면서 최근 그녀의 무대 밖 삶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학력위조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고졸’이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며 기부문화를 실천하는 부자가 아니면서도 ‘당당한 부자’로 기억되고 있다.

제주지역에선 그녀가 모교에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과 사회복지시설에 꾸준히 정성을 전달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름다운 재단 기부와 한국복지재단 등 나눔의 활동에 대해선 소리내지 않고 활동해 최근 한 언론사에선 그녀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기부한 액수만 10년간 8억원이라고 집계하기도 했다.

고씨는 웃으며 “돈, 많은 게 나쁘지는 않겠지요”라며 “하지만 막상 엄청난 돈이 생겨도 뭔가에 쓰게 되는데, 이왕이면 나눠서 함께 쓰는 게 좋지 않나요”라고 한다.

그녀의 유명세만큼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인 ‘정치활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최근 범여주자인 김원웅 의원이 대선 출정식에서 그녀의 축하메시지를 전달해 일부에서 ‘선거운동 하냐’는 궁금증을 만든 것에 대해 “지난 2003년 남북평화축전이 제주에서 열렸다는 이유로 (김원웅 의원측이) 요청해 부득이 이뤄진 것이지, 개인적으로 (김원웅 의원을) 알지도 못한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어 그녀는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맞지요. 자질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제주인으로서 더 많은 활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최근 따뜻한 가족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은 고두심씨, 조만간 큰 딸을 시집보내느라 분주한 그녀는 “김만덕기념사업회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연기자로서, 눈으로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중년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서울=변경혜 기자>

 

   
 
  ▲ 제주출신 탤런트 고두심씨  
 

 ●고두심 그녀는…
고두심은 1951년 5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 무역회사를 다니다 1972년 문화방송 5기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다.

드라마 ‘갈대’로 데뷔한 뒤 35년간 연기활동에 집중했다. 1982년 영화 ‘질투’로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여우조연상, 대종상 조연상 수상을 시작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사랑의 굴레, 1990년), MBC 연기대상 대상(춤추는 가얏고, 1990년), 제주도문화상 예술부문(1997년), SBS연기대상 (덕이, 2000년) 등을 수상했다.

영화에도 상당수 출연, 제 5회 부산 영평상 여우조연상(인어공주, 2004), 제12회 춘사 나운규 영화 예술제 여우조연상(인어공주, 2004), 제28회 황금 촬영상 최우수 인기 여우상(엄마, 2005) 등을 받았다. 연기활동 외에도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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