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이용해서 일본에 갔다 왔다. 그 때 한국에서 온 지 15년이 넘는 어떤 뉴카마(new comer, 일본에서 살아온 1·2세대와 그들의 후손이 아니라 그 후에 일본에 정착한 이들을 이렇게 부른다) 여성으로부터 내년 오사카에 재일동포를 위한 외국인학교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다니기에는 멀긴 하지만 그래도 꼭 보내고 싶은 학교”라고 기대감을 부푼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이니치(재일동포)’가 제일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 오사카 북부에 이번에 새로 설립되는 코리아국제학원(Korea International School)은 제주출신들이 주축이 돼 있다. 시인 김시종씨가 이 학교 개설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도쿄대학 교수 강상준씨, 소설가 양석일씨,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구로다 세이타로씨를 비롯해 각계 저명인사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내년 4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학원이 내건 교육목표는 바로 ‘월경인(越境人·borderless=국경을 넘어 국제인으로서 활약하는 인재)’양성이다. 학교 사이트에는 “재일코리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력을 갖추고, 충분한 학력과 풍부한 개성을 지닌 창조적 사람으로서 여러 국가와 경계를 넘나드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이러한 교육방침을 반영한다. 3개 국어(한국어·일어·영어) 언어능력 양성 커리큘럼도 그 중의 하나다. 언어란 문화이자 아이덴티티 형성에 있어서 큰 버팀목이 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를 통해 많은 문화를 접하는 것은 ‘월경인’으로서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는 데 불가피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학교의 가장 큰 특칭은 ‘열린 학교’라는 점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기존의 민족학교들은 ‘내부만을 지향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한반도의 대립이 그대로 일본의 자이니치 사회에도 분열을 가져온 결과 사실상 민족학교도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학생들끼리 서로 교류를 갖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반면 이번에 개교하는 학교는 국적에 의한 입학제한이 없어 남과 북, 뉴카마, 이중국적의 아이들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무조건 받아들인다고 한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진정한 국제인 양성을 위해 자이니치 사회내부가 변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개교에 앞서 평의원으로 학교 설립에 참가하는 소프라노 가수 김계선씨는 “재일동포 2세로서 지금까지 음악을 통해 3세, 4세, 그리고 동아시아 전체의 상호 이해 심화를 위한 가교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앞으로 재일동포라는 아이덴티티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사회뿐만 아니라 세계무대, 각 분야에서 떳떳하게 활동하는 ‘새로운 자이니치’가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일동포 사회의 상징이자 자랑인 1세 김시종씨, 김씨의 뜻을 이어받는 2세 감상중씨 등 두 분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1세들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민족교육’을 우리 세대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일 3세인 필자도 ‘자이니치’만을 위한 민족학교가 아닌 세계화를 염두에 둔 학교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탄생하는 이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 많은 가치관을 접함으로써 진정한 월경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이양민 재일동포·이대통번역대학원 재학·도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