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재난(災難)이 아니라 재앙(災殃)이었다는 어느 대선주자의 말처럼 태풍 나리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나리가 할퀴고 간 사상초유의 재난으로 도전역(道全域)이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 명절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러움에 안부를 걱정해야 했고 크나큰 상처를 입은 마음들을 위로해야만 했던 고통의 기간이었기에 그래서인지 올 추석은 유독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우울했다. 그런 한가위임에도 불구하고 육지부에서 재난복구를 위해 내도(內道)한 군인들을 비롯하여 민.관.군(民官軍)너나 할 것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던 모습에서, 시름에 잠겼던 우리 이웃들에게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이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부터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담장하나 사이에 둔 사람들이 받은 상처가 크고 깊었다. 날벼락 같은 재난이 이웃에게 덮친 그 아픔을, 그들의 그 고단한 심신을 달래주는 일, 우리가 보듬으며 치유해줘야 할 것이고,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슬기로움도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제88회 광주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제주특별자치도선수단 결단식이 있었다.

섬 전체가 수해를 당한 혼란 속에서도 훈련과 복구 작업을 병행했던 28개 종목 575명의 우리선수단이 10월8일부터 14일까지 대회가 치러질 격전지 광주(光州)로 향한다. 이웃이 당한 재난으로 이들 선수들이 받은 충격 또한 작지 않았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선수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마음을 추슬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함으로서 우리 이웃이 당한 수해의 고통에서 빠르게 벗어나게 하자.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좌절과 상실감을 지닌 국민들에게 미국(美國) LPGA에 진출한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은 우리 국민의 사기(士氣)를 진작시키는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했었다. 수많은 재산피해를 입은 수재민에게는 당장 현실적인 재정지원이 급한 일이기에 정부와 자치단체가 일정부분 역할을 다하리라 믿으면서, 제주를 대표하여 체전에 출전하는 우리선수단은 좌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도민들에게 멋진 기량으로 통쾌한 승전보를 전해주기 바란다. 상심 하고 있는 이들이 잠시나마 위로가 되도록 빛고을 광주에서 선수단의 선전(善戰)을 기대한다. 여러분의 뒤에는 삼복(三伏) 더위를 이겨내고 참으로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던 재난 앞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우리의 가족, 형제들이 있다.

끝없는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단의 선전이, 어떤 상대와도 최선을 다하는 당당한 스포츠 정신이, 위축된 도민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게끔, 선수단이여, 각고(刻苦)의 노력으로 이에 화답해 주길 기원한다.

오선홍(도민기자, 아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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