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 넘쳐나는 '짝퉁' 제주어
| 제주어는 제주 정신을 담은 그릇이다. 제주어는 제주인들의 문화가 응축된 문화유산이다. 제주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음운 목록을 지니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세 어휘가 여전히 쓰이면서 어느 지역언어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어학 연구와 민속문화, 역사분야에서도 제주어의 가치는 눈부시다. 그러나 제주어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정부의 표준어 정책 일색이 제주어에 대한 무관심을 낳고 있다. 정부의 제주어에 대한 무관심은 곧 제주도의 무관심이다. 2020년 이후 제주어가 소멸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제주어 표기법과 제주어 교육에 관한 현황과 바람직한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심의제도 도입=바른 언어생활은 규범에 맞는 언어생활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각종 현수막과 상호, 행사명 등 소위 간판문화에서 잘못된 언어를 쓰는 사례는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간판문화의 속성이 바로 대중적인 전파력이 막강하다는 데 있다. 제주어 표기의 오류는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결과만 양산하고 있다.
'제주어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강건너 불 보듯'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어 오류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지자체에 없는 점은 범람하는 간판문화의 문제점을 짚는 데는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어 표기를 심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음은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각종 간판문화의 제주어 표기 오류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행정에서 미술장식품이나 경관에 대해 심의하는 것처럼, 제주어에 관한 심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주어 표기법 제정 서두르자=국내외 학자간 "인류언어자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알려진 제주어. 제주어야말로 한글의 대표 상품, 제주도의 대표상품이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지난해부터 국립국어원·국립민속박물관이 공동으로 제주어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제주어 가치가 높은 반면 제주도 차원의 제주어 종합 보존대책은 허약한 수준이다. 제주어가 한글맞춤법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얻지 못하면서 제주어 표기의 오류들이 범람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대표적이다.
때문에 제주어 표기법을 제정, '들쭉날쭉' 해 있는 제주어 표기 오류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설화집성」(1984. 제주대학교), 「제주어사전」(1995. 제주도)에 제주어 표기가 부록으로 실렸으나, 몇몇 학자와 전문가들의 공유할 뿐 대중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어를 보존·육성하기 위해서는 제주어조례와는 별도로 제주어 표기법을 제주도 차원에서 시급히 제정하고 제주어 수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현순실 기자>
제주어 보존 이유
강영봉 제주대 교수
제주어가 진중(珍重)하다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어방언학 내지 국어사 분야에서는 물론이요, 음운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이미 소실되어 없어진 음운이 존재하고 오래된 어형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어는 생명체와 같아 나고, 자라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친다. 변화는 예상되는 일이지만, 제주어인 경우는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제주어가 지닌 원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그런 사실을 증언해 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체계적인 방언 조가가 이루어지는 등 제주어 보전 대책이 서 있지 않다면 제주 문화의 정체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 제주도의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전제로 한다면 제주 문화와 그 정체성 보전은 언어(방언)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매, 그 보전 대책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의사 소통 수단인 언어를 잃고, 무슨 말로 제주 문화와 제주도의 정체성, 나아가 국제자유도시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한 영문학자는 한글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라고 역설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인지 과학적 원리를 담은 음절 단위 표기법, 독창적인 모음 디자인, 현대 음운 분석의 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자음 디자인 등을 그 이유로 들어 한글의 우수성을 설파한 것이다.
한글이 대한민국 대표 상품이라고 한다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 음운 목록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중세 어휘가 생생하게 살아 아직도 쓰이고 있는 제주어야말로 한글의 대표격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대표 상품이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