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교육의 중심 학교가 돼야
사회각계 제주어 보존 노력 필요

사고가 언어라는 말이 있다. 제주어 역시 제주인의 사고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언어라 할 수 있다. 제주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사고와 감정 체계가 제주어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제주어는 제주 전통문화 속에 녹아들어 제주인의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제주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제주의 정체성은 물론 제주의 혼까지도 사라질 것이다. 제주어는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우리 제주인들이 자연과 투쟁하며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교육청에서는 제주어 보존과 전승에 관심을 갖고 학생들에게 제주어 교육을 실시해 왔다. 매년 탐라문화제의 한 행사로 개최되고 있는 「제주어말하기대회」와 「학생민속예술축제의 날」운영은 한시적이고 행사적 성격이 강하지만, 학교 현장의 제주어 교육에 기여하는 점도 크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제주어말하기대회 참가학교 총 110개교/초 83교, 중 23교, 고 4교(예선 포함)]

작년 교육청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어 교육자료(초•중•고 3종/CD,)를 개발하여 일선학교에 보급하였다. 이것은 국제자유도시 건설 등 급속한 세계화의 추세에 따른 제주어 보존과 '2007년 제주민속문화의 해'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학기단위로 제주어 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급별로 재량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각 17차시의 제주어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하였다.

학교현장에서도 국어를 비롯한 교과지도 시 교사 나름대로 제주어 교육을 실시해 왔다. 예를 들면 국어교과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지도할 때 학생들에게 제주어로 바꾸고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나, 또는 제주속담, 제주 전래동화, 제주어 퀴즈대회 등 선생님에 따라 제주어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중등국어교육연구회(회장 현철종)에서는 '제주어의 가치와 보존을 위한 교육 세미나' 개최 등 제주어 교육에 대한 연구와 학생지도에 적극 임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과 휴대폰 등장, 세계화 추세 등으로 청소년은 물론 기성세대들까지 제주어를 멀리하면서 '제주의 혼, 제주어'는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은 바로 학교가 중심이 되어 제주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영어교육, 논술교육 등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제주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어 교육의 문제점을 몇 가지 제시해 보면, 제주어 교육에 대한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인식 부족/제주어 지도교사의 분명한 목표 의식과 전문성 부족/대학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활동/제주어의 중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부족/학생들의 흥미를 고려한 수준별 제주어 교육자료 및 프로그램 부족/제주어 관련 기관과 학교와의 협력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제주어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언론 및 학계,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 등에서 제주어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제주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학계와 문화계, 언론계, 지방자치,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 등 다양한 제주어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제주어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특히 교육청에서는 미래의 제주를 이끌어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제주 선인들의 혼이 담겨있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각과 생활이 배어 있는 제주어를 가르치는 일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김종식·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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